스플릿 세상은 '천당'과 '지옥'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K리그 클래식의 지형도다. 33라운드를 마치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1~6위 팀들이 모인 '윗물' 그룹A와 7~12위팀들의 집합체인 '아랫물' 그룹B가 나머지 다섯 걸음을 각각 걷는다. 종착지는 '극과 극'이다. 리그 우승 트로피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놓고 싸우는 그룹A와 달리 그룹B는 가장 뒤쳐진 두 팀이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된다. 지난해까지 세 시즌 간 진행된 스플릿 제도는 K리그 팬들에겐 재미를 줬다. 그러나 클래식에 참가하는 12팀에겐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첫 잣대가 됐다.
전남은 스플릿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룹A는 항상 '남의 집 잔치'였다. 그룹B에서 강등 사선까지 밀려나진 않았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무색무취하게 시즌을 마무리 할 때마다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포스코 형님'인 포항이 스플릿 첫 해 클래식 우승을 거머쥐는 등 한 번도 그룹A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 역시 자존심을 긁을 만했다. 지난 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2016년 출정식에 나선 전남이 내건 목표는 '그룹A 진입'이다. 지난 3년 간의 한이 서려 있다.
"우리가 제일 약한 것 같다(웃음)." 16일 광양 연습구장에서 한양대와의 연습경기를 준비하는 노상래 전남 감독의 표정은 야릇했다. 그는 "다른 팀들이 워낙 좋은 반면 우리는 조용하지 않느냐"며 웃음을 지었다. 새 시즌 전남은 '근심반 기대반'이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프렌차이즈 스타' 이종호와 수비의 핵 임종은이 '호남 라이벌'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와도 결별했다. 노 감독은 배천석 양준아 전성찬 조석재 이호승에 외국인 공격수 유고비치를 영입했다. 공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3명의 선수가 빠진 자리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노 감독이 '알짜배기'들을 수혈하면서 빈 자리를 훌륭히 메웠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석주 전 감독에게 지휘봉을 물려 받아 데뷔 시즌을 무난히 마친 노 감독이 '사령탑 2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전술적 완성도 역시 기대해 볼 만하는 시각도 있다. 노 감독은 한양대전에서 주전과 백업을 섞어가며 일부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을 시도하는 등 새 시즌 퍼즐 맞추기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노 감독은 "그동안 체력 훈련 위주로 진행하다 오늘 처음으로 실전 연습을 했다. 아직 주전과 백업을 나눌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름대로 보강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많다"면서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나름대로 여러가지 수를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남은 25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갖는다. 노 감독은 광양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율하며 새 시즌 밑그림을 그린 뒤 전지훈련 기간 동안 강도높은 체력 훈련과 실전을 병행하면서 경기력을 극대화 한다는 계획이다. 올 시즌 주장으로 선임된 풀백 최효진은 "주변에선 우리 팀 전력이 지난해보다 약해졌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따져보면 빈 자리는 얼마 되지 않고 그마저 보강이 됐다"며 "지난해부터 동계 훈련량도 많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 중이다. 그래서인지 더 시즌이 기대된다. 바깥의 시선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겐 기회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식었던 용광로가 다시 달궈지고 있다. 비원의 그룹A행을 준비하는 전남 선수단의 눈빛이 매섭다.
광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