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멋진 축구선수로서, 떳떳한 가장으로서 다시 일어서고 싶었어요."
정조국(32·광주FC)이 밝힌 이적배경이다. 정조국은 11일 FC서울을 떠나 광주의 유니폼을 입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 누구보다 화려했던 정조국이다. K리그 통산 275경기 출전 84골-23도움, A매치 13경기 4골. 17세 이하(U-17) 대표팀부터 프랑스 리그1 AJ오세르와 AS낭시에서의 1년 6개월. 지금까지 축구선수 정조국이 걸어온 길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정조국은 서울 소속이던 지난 시즌 K리그 11경기에 나서 1골을 기록했다. 경쟁에서 밀려났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조국을 품기에 광주는 다소 작은 둥지가 아닌가'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조국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선수로서 그라운드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 출전이 간절했다"라며 "가족이 나를 가장으로서 또 축구선수로서 많은 힘을 준다. 떳떳한 가장이자 멋진 선수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라고 말했다.
정조국은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다름아닌 '가족의 믿음'이라고 했다. 정조국은 "광주가 내게 기회를 줬다. 그 기회를 잡고 싶었다. 광주로 가면 가족들과 떨어져 지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나를 믿고 지지했다"고 밝혔다.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남기일 광주 감독의 신뢰다. 정조국은 "감독님이 나를 찾아주셨다. 한 통의 전화였다. 감독님의 진정성을 느꼈다. 나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사실 이번 겨울이 나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 나를 찾아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설명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광주의 손을 잡은 정조국. 그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정조국은 "적응이 우선이다. 감독님, 동료들, 팀의 문화, 팀 색깔에 적응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이지만 제일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면서 "공격포인트를 몇 개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골은 기본임무다. 그런 것 보다는 내가 가진 경험을 후배와 젊은 선수들에게 나눠주고 하나로 잘 융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120%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감독님이 '우리는 하나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 말씀처럼 팀원들끼리 서로 도우며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조국은 이번 이적으로 서울의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게 됐다. 하지만 정조국은 "당연히 가정에는 가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니 자주 오갈 수 있다. 무엇보다 아내와 아들이 가장으로서 또 축구선수로서의 나를 지지한다. 사실 (아내와 아들이)많은 희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라운드에서 멋진 모습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웃었다. 그렇게 정조국의 축구인생 2막이 올랐다.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