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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윤석민-조상우, 선발변신 성공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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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투수가 선발로 보직을 바꾸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투구수 때문이다. 5일마다 100개 안팎의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하는 까닭으로 시즌 중에는 변신을 시도하기 힘들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발로 변신하려는 투수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겨울에는 LG 트윈스 봉중근, KIA 타이거즈 윤석민, 넥센 히어로즈 조상우가 선발 변신을 선언했다. 이들의 보직 변경은 '자의반 타의반' 측면, 팀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공존한다. 선발 변신에 성공하려면 전지훈련서 어깨와 팔 등 몸상태를 완벽하게 변신시켜야 한다.

봉중근은 이미 지난해 시즌 막판부터 선발 변신 작업에 들어갔다. 9월 4일과 11일 kt 위즈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각각 4이닝, 4⅓이닝을 던졌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마무리 캠프에도 참가했고, 우규민과 함께 사이판으로 날아가 개인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선발에 맞는 컨디션을 찾기 위해 체중도 감량하고 있다. 그만큼 선발에 대한 의욕이 강하다. 봉중근이 풀타임 선발로 던진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다. 2011년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이탈한 뒤 2012년부터 마무리를 맡았다.

6년만에 선발로 던지는 것인만큼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그러나 봉중근은 환경 적응이 빠른 선수에 속한다. 더구나 2008~2010년까지 세 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올린 경험이 있다. 나이가 듦에 따라 한 시즌을 풀타임 선발로 던지기 위해서는 체력 보강도 필수적이다. 그 어느 해보다도 전지훈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봉중근은 외국인 투수 2명과 우규민 류제국에 이어 5선발로 예상되고 있다.

윤석민은 데뷔 이후 보직 변경을 수차례 경험했다. 이번에는 마무리에서 선발로 바꾸는 것이다. 윤석민이 선발로 던진 것은 2013년 7월 31일이 마지막이었다. 그해 후반기에 마무리로 보직을 바꿨고, 2014년에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마이너리그를 전전한 뒤 돌아왔다. 윤석민은 KIA로 복귀할 때 선발로 던지기를 원했지만, 훈련이 부족했던데다 팀 마운드 사정 때문에 다시 마무리를 맡게 됐다. 결과는 30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96.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윤석민은 선발을 갈망했다. 윤석민이 풀타임 선발로 던진 것은 2007년, 2008년, 2011년, 2012년이다. 선발 경험이 풍부하다. 2009년에는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가 4월말 마무리로 변신한 뒤 5월말 다시 선발로 복귀한 경험도 있다. 보직 변경에 관한한 '달인' 수준이다. 따라서 선발 변신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어 보인다. 어쨌든 KIA는 윤석민의 가세로 새 외국인 투수 노에시와 스프루일, 양현종과 임준혁과 함께 강력한 로테이션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4년차 조상우는 봉중근, 윤석민과는 다르다. 2013년 입단 후 처음으로 선발 보직을 부여받았다. 넥센은 에이스였던 밴헤켄과 마무리 손승락이 떠나고 또다른 선발 후보였던 한현희가 팔꿈치 수술을 받아 투수진 개편이 불가피했다. 선발과 불펜에 걸쳐 새로운 인물들을 키워야 하는 상황. 조상우의 선발 전환에는 이러한 뜻이 담겨 있다.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이 주무기인 조상우는 불펜투수로도 이상적이지만, 완급조절능력까지 갖춘다면 선발로도 성공할 수 있는 투수로 꼽힌다.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떠난 조상우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다. 선발로 던질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5일 또는 6일마다 마운드에 올라 6~7이닝을 던져야 하는 까닭으로 강약조절에 대한 감각도 익혀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