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경기를) 해볼려고 했는데 안되네요(웃음)."
10도를 웃도는 따뜻한 햇빛은 동장군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푸른 빛을 잃은 그라운드의 잔디는 여전히 시즌 개막과는 거리가 있는 시기라는 것을 충분히 시사했다.
16일 광양 연습구장에는 때아닌 인파로 북적됐다. 이날은 K리그 클래식 전남이 한양대와 연습경기를 갖는 날이었다. 동계 훈련기간 의례적으로 갖는 연습경기 치고는 '흥행' 성적이 괜찮았다. 300여명의 팬들이 연습구장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전남 팬 뿐만 아니라 한양대 선수 가족과 팬, 지역 축구 관계자들까지 모였다. 따뜻한 주말은 축구 보기에 제격이었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할려고 했더니 쉽지 않게 됐다"고 웃으며 "그동안 체력 훈련과 자체 연습 경기만 하다 오늘 처음 외부팀과 실전에 나선다. 다들 우리 팀에 궁금한 점이 많으신가보다"고 경기장 주변을 둘러봤다.
지난 3시즌 간 전남의 성적은 시원찮았다. K리그 클래식 스플릿 제도 시행 이래 그룹A 무대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스플릿 경계선을 넘나들다 막판 뒷심 부족으로 그룹B행에 그쳤다. 하석주 감독의 뒤를 이어 지난해 전남 사령탑에 오른 노 감독은 '프렌차이즈 스타' 답게 빠르게 선수단을 뭉쳐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룹A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은 역시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경기당 평균 2278명으로 '평균관중 꼴찌'였던 전남은 2014년 3365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4337명을 불러 모으며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용광로 축구'로 대변되는 전남 특유의 패기 넘치는 경기 스타일이 발길을 끊었던 팬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다. 때아닌 '연습경기 관중몰이' 역시 전남을 향한 이런 관심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팬심에 보답하듯 전남은 한양대를 상대로 5골을 몰아치면서 기분좋게 승리했다.
노 감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내용이나 결과에 의미를 두긴 어렵다. 남은 기간 동안 잘 만들어 가야 한다"며 "팬들의 높은 관심은 큰 동기부여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광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