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꽃으로 '리멤버'될 줄 알았던 박민영과 정혜성이 점점 존재감 없는 여주인공으로 전락했다.
퍽퍽한 밤고구마를 잔뜩 먹이며 보는 이의 분통을 터트리게 하는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윤현호 극본, 이창민 연출). 지난 14일 방송된 10회에서는 끝내 서재혁(전광렬)을 죽이며 서진우(유승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 시청자의 울화를 치밀게 했다.
짜릿한, 통쾌한 반전을 안기지 못하며 '유전무죄 무전유죄' 세상을 그려내는 '리멤버'. 시청자는 하루빨리 서진우의 반격을 돕는 조력자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지만 그럴싸한 인물이 등장하고 있지 않다. 특히 서진우의 오른팔이자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줄 알았던 이인아(박민영) 검사의 활약이 도드라지지 않아 답답함을 더한다.
서진우와 한동네에 살면서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이인아. 초반 서진우가 사람들로부터 '살인자의 자식'이라 손가락질받을 때 감싸주며 위로가 됐지만 성인이 된 후, 서진우와 멀어지며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정의로운 검사로 등장해보려 했지만 계속해서 서진우와 맞서게 되면서 갈등하게 됐고 10회에서는 스스로 검사복을 벗게 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서진우의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로서 서진우를 돕긴 하나 점점 이인아만의 색깔을 잃어가며 시청자에게 고구마를 안길 뿐이다.
이인아 외에 또 한 명의 여주인공인 남여경(정혜성) 또한 존재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남일호(한진희) 회장의 막내딸이자 남규만(남궁민)에겐 경쟁 상대 동생인 남여경은 이인아와 마찬가지로 검사가 됐지만 초반 외엔 별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지 않다.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당시 배심원으로 참여해 이인아와 대립각을 세우는 듯 보였고 검사가 된 이후에는 강석규(김진우)를 짝사랑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이인아에게 관심을 보이는 강석규를 보며 질투를 느끼고 이인아를 괴롭히는 악역으로 어긋난 사랑을 표현할 조짐을 보였으나 이 또한 미지근하다. 어느 순간부터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남규만이 일호그룹 사장으로 취임하며 화려한 취임식을 열었지만 가족인 남여경만 그 자리에 함께하지 않아 의문을 사고 있는 것.
그야말로 의문의 여배우 실종사건이다. 오는 20일부터 방송되는 '리멤버'에서는 변호사가 된 이인아가 본격적으로 서진우를 도울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남여경이 다시 등장할지 여전히 의문이다. 두 사람 모두 '리멤버'에서 제 역할을 하는 날이 오긴 하는지 시청자는 답답하기만 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