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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우승병 치유되나]챔피언 두산, 이번에는 곤두박질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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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는 기분 좋은 기록과 나쁜 기록을 하나씩 갖고 있다. 전자는 사상 두 번째로 전년도 꼴찌 팀이 이듬해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것, 후자는 역대 최초로 꼴찌→월드시리즈 우승→꼴찌를 반복한 것이다. 2012년이었다. 보스턴은 마지막 10경기에서 1승9패를 기록하는 등 그 해 69승93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1년 뒤인 2013년 일본인 마무리 투수 우에하라 고지를 앞세워 97승65패, 지구 1위에 올랐다. 내친김에 꿈의 무대 월드시리즈까지 제패했다. 한데 이듬해인 2014년 다시 꼴찌로 추락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최악의 '퐁당퐁당' 3년. 보스턴은 지난해에도 꼴찌에 머물며 자존심을 구겼다.

국내에도 보스턴과 비슷한 경험을 한 구단이 있다. 지난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두산 베어스가 꼭 닮았다. 두산은 김인식 감독 체제였던 1995년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롯데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홈플레이트에는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에는 권명철 코치가 있었다. 하지만 1년 뒤 잠실 곰들은 KBO리그 최초로 전년도 KS 우승 팀의 최하위 몰락을 경험하게 된다. 47승6무73패(0.397), 4할이 채 되지 않는 승률로 곤두박질쳤다. 당시 정규시즌 1위 해태와의 승차는 무려 24게임.

나머지 2차례 우승했을 때도 두산은 이듬해 좋은 기억이 없다. 먼저 프로 원년인 1982년.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뒤 1년 뒤에는 5위(44승1무55패)에 머물렀다. 2001년 역시 구단 창단 이후 3번째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지만 2002년에는 66승2무65패로 5위였다. 이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강 팀으로 군림한 팀들은 몇 년간 그 이미지를 이어갔다. 해태, 현대, SK, 삼성 등이 그렇다. 하지만 두산은 우승의 여운이 그 해 바로 끝났다. 구단 입장에서는 아주 기분 나쁜 징크스다.

이 때문에 올 시즌 두산의 성적이 관심사다. '우승병'을 고칠 수 있을지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김승영 두산 사장도 시무식에서 "우리 팀은 우승한 다음 연도에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도 경쟁 구단들은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고, 우리 팀의 주축 선수는 해외에 진출했다"며 "하지만 선수 역량을 극대화시켜 위기를 발전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팀 최초의 2연패를 위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일단 현실적인 1차 목표는 4강이다. 오랜 진통 끝에 안정된 마운드를 앞세워 승수를 쌓고자 한다. 올해도 선발진은 나쁘지 않다. 120만 달러에 재계약한 니퍼트,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장원준, 유희관의 존재가 든든하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보우덴은 2014년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초반부터 부진해 퇴출됐다. 하지만 지난해 트리플A에서 11승5패 2.63의 평균자책점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를 영입한 실무자는 "원래 모든 구단 영입 리스트에 있던 투수다. 일본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작년에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5선발은 캠프에서 확정될 예정. 우완 파이어볼러 김강률이 건강하다면 노경은이 5선발의 임무를 맡을 공산이 크다.

타선에서는 외국인 타자가 키를 쥐고 있다. 김현수(볼티모어)가 빠져나간 자리, 새 외인이 그 공백을 메우면 된다. 현재 김태형 감독은 100타점 이상을 넘기는 외국인 타자면 대만족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김현수의 빈 자리는 나머지 선수들이 함께 메우면 된다. 두산은 원래 한 명에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고 했다. 그리고 김 감독의 바람이 현실화된다면 두산은 NC, 한화, 롯데 등과 순위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