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한국 선수들 가운데 3명의 계약이 확정됐다.
박병호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에 둥지를 틀었고, FA 김현수는 오랜 기다림 끝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자리를 잡았다. 원정도박 파문에 대해 깊은 사죄의 뜻을 전한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었다. 역대로 이처럼 한국 선수들이 무더기로 메이저리그 입성한 적은 없었다. 여기에 이대호의 거취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대호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소속팀으로 옮긴다면 메이저리그 양리그 6개 지구에 한국인 선수들이 모두 포진하게 된다. 14일(한국시각) 현재 내셔널리그에는 중부지구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오승환, 서부지구의 류현진(LA 다저스)이 있고, 아메리칸리그에는 동부지구의 김현수, 중부지구 박병호, 서부지구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새롭게 빅리거 대열에 합류한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의 계약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들 3명 모두 메이저리그 계약을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스플릿 계약이 아니라 메이저리거 신분을 보장받았다는 얘기인데,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도 메이저리그 보장 연봉을 받는다.
미네소타의 중심타선에 포진할 것으로 보이는 박병호는 4년간 최소 1200만달러를 받게 된다. 연도별로는 올해와 내년 275만달러씩, 2018년과 2019년에는 300만달러씩 연봉이 책정됐다. 2020년에는 650만달러의 구단 옵션이 설정됐다. 옵션에 대한 바이아웃은 50만달러다. 여기에 타석수에 따라 연간 최대 75만달러의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2020년까지 뛸 경우 박병호는 5년간 최대 2175만달러를 벌게 된다. 보장된 금액이 4년간 1200만달러라는 이야기다.
2년간 700만달러에 계약한 김현수의 경우 인센티브 조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병호를 비롯한 통상적인 타자들의 사례를 봤을 때 타석수 또는 출전경기수에 따라 인센티브가 설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율, 홈런, 타점 등 성적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정하지는 않는다. 경기에 얼마나 많이 출전했는가, 얼마나 많이 타석에 들어섰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오승환은 '1+1년' 계약을 했다. 외신에 따르면 2년간 연봉과 인센티브를 포함해 최대 11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보장된 연봉과 인센티브의 비중이 50대50으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오승환측은 밝혔다. 즉 2년간 보장된 연봉은 500~600만달러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2017년은 구단 옵션이다. 올해 활약상을 보고 내년 옵션을 시행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보장받은 계약기간은 1년이다. 인센티브는 투구이닝 또는 등판경기수를 기준으로 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류현진의 경우 6년간 3600만달러의 연봉을 보장받았고 투구이닝에 따라 연간 최대 100만달러의 인센티브를 받도록 했다. 지난해 데뷔한 강정호는 4년간 총 1100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인센티브 조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5번째 시즌인 2017년 말에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시행될 지는 두고볼 일이다. 강정호는 5년째인 2019년에 550만달러의 구단 옵션이 붙어있다. 피츠버그 구단이 이를 시행할지 역시 지금은 알 수 없다.
종합해 보면 박병호 김현수 오승환을 포함해 최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대우를 받고 계약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인센티브 조항이나 옵션 설정 등 메이저리거들의 통상적인 계약 방식이 그대로 적용됐고, 메이저리그 신분이 보장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올해 36세가 된 오승환이 나이 때문에 1년만 보장받았을 뿐 전반적으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계약기간을 확보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국 프로야구 최정상급 선수들을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눈높이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 일본 프로야구와는 격차가 있다.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는 2014년 1월 7년간 총액 1억5500만달러에 계약했고, 이번에 LA 다저스에 입단한 마에다 겐타는 인센티브 포함, 8년간 최대 1억620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의 정상급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대우를 받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