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2군인 R리그(리저브리그)가 올해 부활한다.
R리그는 1990년 시작됐다. 1991~1999년까지 자취를 감췄지만 2000년 재개됐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구단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해 2012년 다시 폐지됐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탁상 행정이었다. 다행히 2016년 R리그가 다시 빛을 보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의무 참가가 아닌 탓에 '반쪽 리그'로 전락했다. 1부인 클래식의 참가율은 50%에 불과하다. 전북 현대, 수원 삼성, FC서울, 성남FC, 울산 현대, 인천 유나이티드만 참가키로 결정했다. 반면 '제철가 형제'인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를 비롯해 제주 유나이티드, 광주FC, 승격팀인 수원FC와 상주 상무는 불참한다. 2부인 챌린지는 그나마 낫다. 올해 2부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부산 아이파크와 대전 시티즌을 필두로 대구FC, 서울이랜드, 부천FC, 고양HiFC, 안산 경찰청, 충주FC 등 8개팀이 R리그와 함께한다. 하지만 FC안양, 강원FC, 경남FC는 빠졌다. 14개 구단만 출전하는 R리그는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1부와 2부의 경계가 없다. 이동거리도 줄이기 위해 수도권의 8개팀과 지방의 6개팀이 A와 B디비전으로 분리해 운영된다.
구단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판단은 자유다. 하지만 '반쪽 R리그'는 암울한 얼굴이다. R리그를 바라보는 불참 구단들의 인식에서 씁쓸한 뒷 맛을 지울 수 없다.
왜 R리그일까. 화두는 비용이 아닌 생존이다. 구단의 미래이자 철학의 문제다. K리그 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시도민구단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고, 대다수 기업구단들도 투자를 줄이고 있다.
기댈 곳은 없다. 독자생존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그 해법은 '사람'에서 출발해야 한다. K리그에는 대어급 신인이 사라진 지 꽤 됐다. 물론 각 구단은 매년 신인 선수들을 수혈한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곧바로 1군에 데뷔하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뛰어 놀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 무대가 바로 R리그다. 유스팀과 1군의 연결고리다.
R리그는 기회의 장이자 K리그의 자양분이다. 구단의 자체 연습경기로는 한계가 있다. 기량 향상을 위해서는 경쟁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R리그를 통해 1~2명의 진주만 발견해도 구단으로선 엄청난 이익이다. 각 구단이 화수분처럼 뉴페이스를 계속해서 발굴한다면 K리그는 분명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그런 노력들은 꾸준하게 이어져야 한다.
'이름없는 선수'들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파종도 안하고 열매만 맺기를 바란다면 이치에 맞지 않다. 결국 R리그의 부활은 비정상화의 정상화다.
프로축구연맹이 R리그를 부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R리그의 출전자격도 엄격하다. 23세 이하 국내 선수는 무제한이다. 23세 이상은 외국인 포함 최대 5명으로 제한을 뒀다. 향후 23세 이상 선수의 수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름있는 선수'들의 출발은 모두 음지였다.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R리그는 재정 부담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반쪽 R리그'는 K리그의 아픈 현실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