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잘 한다는 애기를 듣고 싶어서 살을 뺐다. 올해는 KIA 팬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1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KIA 타이거즈 선수단 체력 테스트의 마지막 관문인 4km 러닝. 테스트를 앞둔 선수 대다수가 긴장한 듯 보였다. 비시즌 기간에 꾸준히 준비하지 않으면 낙오할 수도 있는 상황. 지난해 김진우가 중도에 포기해 일본 오키나와 1군 전지훈련캠프 참가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비시즌 기간에도 착실하게 준비를 하라는 김기태 감독의 주문이 담긴 체력 테스트다.
베테랑 김원섭(38)은 "이틀에 한번씩 기아챔피언스필드에 나와 4km를 달렸다. 제대로 준비를 안 하고 오면 힘들다"고 했다. 윤석민(30)은 "해외 개인훈련을 하면서도 따로 러닝을 했다"고 말했다. 포수 이홍구(26)도 "서울집에 안 가고 광주에 머물며 운동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연령대별로 세팀으로 나뉘어 400m 트랙 10바퀴를 뛰었다. 연령대에 따라 통과 기준이 달랐다. 25세 이하 젊은 선수는 19분대, 26~30세는 20분대, 31세 이상 베테랑 선수는 23분대에 주파해야 한다. 다행히 참가 선수 전원이 기준 시간을 맞췄다. 결승점을 통과한 김진우(33)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출발직후 선두로 치고나갔던 심동섭은 오버페이스였는지 하위권으로 처져 걱정을 샀지만, 무사히 기준 시간 안에 들어왔다. 이날 KIA 선수들은 오전에 인바디검사(체지방률 측정)를 포함한 기초체력검사를 받고 러닝에 나섰다.
이날 눈에 띄는 선수 중 하나가 외야수 나지완(31)이었다. 지난해 116경기에 출전해 2할5푼3리-7홈런-31타점. 극심한 부진, 팬들의 집중된 비난에 정신과치료까지 받았다. 4번 타자로 개막전을 맞았는데, 몇차례 2군 추락까지 경험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지난해 봤던 그 몸이 아니었다. 불룩 튀어나왔던 배가 '쏙' 들어갔다.
나지완은 비시즌 기간에 9kg의 체중을 감량했고, 허리가 4인치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좋아하는 탄산음료와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쉬는날 없이 개인훈련을 했다. 체력 테스트 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1월 1일에는 경기장에 나왔는데, 다른 선수들이 운동을 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팬들로부터 더이상 '돼지'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주로 좌익수로 출전해온 나지완은 외야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수비가 약하다보니 활용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체중감량이 어떤 식으로든 외야 수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30대 베테랑조에서 뛴 나지완은 20분50초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어렵게 기준 시간을 맞췄는데, 올해는 여유있게 들어왔다. 그는 "지난 시즌 어려웠을 때를 생각하며 달렸다"고 했다.
한편, 육성군 투수 유근상(23·15분11초)이 전체 1위에 올랐고, 김호령(24·15분50초)이 뒤를 이었다. 베테랑 선수 중에서는 김병현(37·19분35초), 김민우(37·20분30초), 신종길(33·20분15초)가 눈에 띄었다. 이날 서재응(39)과 김태영(36) 최고참 최영필(42)이 테스트에 빠졌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협 회의차 상경한 서재응과 몸 상태가 안 좋은 김태영은 추후에 테스트를 받는다. 해외에서 훈련중인 최영필은 면제됐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