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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와 '적토마' 이병규가 아름답게 정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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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이병규(등번호 9번)의 올해 나이 42세다. 1997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 151안타 69타점 타율 3할5리로 신인상을 받았다. 그때 함께 뛰었던 한 야구인은 "정말 당시 이병규는 대단했다. 루키인데도 방망이로 맞히는 재주는 탁월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병규는 타율 3할을 밥먹듯 어렵지 않게 쳤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16시즌 동안 통산 타율 3할1푼1리, 2042안타, 161홈런, 972타점을 기록했다.

2000년대 중반 3년을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뛴 걸 빼고는 줄곧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이병규는 2016시즌을 끝으로 LG와 계약이 만료된다. 나이와 최근 2년 간의 떨어진 경기력을 감안할 때 현재로선 2017시즌을 선수로 장담할 수 없다.

이병규는 17일 출국하는 1군 미국 전지훈련 명단에서 빠졌다. 양상문 감독은 이병규 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좀더 많은 기회를 주기로 결정하고 이병규와 면담을 통해 양해를 구했다. 이병규는 대신 2군과 함께 대만 전지훈련에 참가한다. 그의 현재 팀내 입지는 매우 좁아졌다.

그는 2013시즌 타율 3할4푼8리로 수위 타자에 올랐다. 당시 39세의 나이에 FA 계약(3년 25억5000만원)을 했다. 그런데 이병규의 몸이 말썽을 빚었다. FA 계약 다음해부터 햄스트링이 계속 자주 시원찮았다. 2014시즌과 지난 시즌을 합쳐 총 116경기에 출전했다. 2014시즌 타율 2할5푼1리, 지난해 타율 2할1푼9리까지 떨어졌다. 1군 보다 2군과 재활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1군에서도 선발 출전 보다 경기 중후반 대타로 나갔다.

1군 전지훈련 명단에 빠질 경우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 이병규에게 올해는 선수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시점이다. 잘 마무리를 해야 시즌 후에 선수 연장을 할 수 있다. 성적이 나쁠 경우 LG가 잡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은퇴 또는 다른 구단을 알아봐야 한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이병규 정도의 커리어와 지명도를 가진 선수가 보기 좋게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해선 선수와 구단이 모두 뜻을 같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서로 대립할 게 아니라 서로 양보할 부분을 찾아 좋은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양 감독은 건강한 이병규의 경기력이 2013시즌 처럼 경쟁력이 있다면 1군 경기에 투입할 복안을 갖고 있다. 미국 전지훈련 명단에 빠진 것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대신 지난 두 시즌 처럼 햄스트링이이 정상이 아니고 수비까지 할 수 없다면 이병규가 1군 경기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좁아들 수밖에 없다.

선수 출신의 한 야구인은 "구단에서 이병규가 납득할 정도의 기회를 주고 그리고 경기력을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선수가 기회를 공평하게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와 불화가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규가 그동안 LG 간판 선수로서 팀에 공헌한 부분에 대해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만큼 이제 나이가 많고 황혼기를 접어들었지만 프랜차이즈에 대한 예우를 갖춰줄 필요가 있다.

LG는 지난해말 레전드 좌완 이상훈 코치를 피칭 아카데미 초대 원장으로 영입했다. 11년 만의 친정 복귀였다.

지금 예전 같은 기량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병규는 LG 야구의 자산이다. LG 구단과 이병규는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할 때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