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함께 납품업체 쥐어짜기 등으로 눈총을 받았던 롯데마트가 연초부터 또다시 '갑(甲)질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100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한 삼겹살 납품업체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문을 낳고 있는 것.
지난해 초 '납품업체에 갑질'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자, 롯데마트는 "협력사와 롯데마트가 동등한 입장에서 친구 같은 사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여론 무마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이는 말뿐인 '헛구호'였으며 '보여주기식' 발표였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롯데마트 노사간에도 '갑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롯데마트 지점은 계산원들에게 과부족금을 추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형 유통마트 가운데 거의 유일한 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한' 삼겹살 납품가, 진실은?
롯데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해온 축산업자가 소위 '단가 후려치기'로 100억원을 손해 봤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에 따르면 축산업자 윤 모 사장은 3월 3월 '삼겹살데이' 등 각종 행사마다 롯데마트에 원가보다 싼 가격으로 납품했다고 주장했다.
윤 사장은 이런 방식으로 롯데마트와 3년 동안 거래하는 동안 100억을 손해봤다고 밝혔다. 2014년 3월 3일 윤 사장의 롯데마트 납품가는 1㎏에 9100원이었다. 롯데마트는 이 기간 세일행사를 진행하면서 ㎏당 9800원에 판매했다. 당시 도매가 기준 삼겹살값은 1㎏ 1만7600원, 윤 사장이 다른 곳에 납품한 가격은 1만4500원이었다.
그런데 윤 사장이 롯데마트로부터 9100원을 전부 다 받는 것도 아니었다. 납품가에는 물류비, 세절비, 카드판촉비, 컨설팅비에 관한 비용이 일부 포함돼 결국 윤 사장이 받는 돈은 1㎏에 6970원에 불과했다. 결국 납품업체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롯데마트는 이같은 손실을 복구해주기 위해 행사기간이 끝나면 업체들의 납품가를 올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사장은 10일간의 '삼겹살데이' 행사기간 ㎏당 9100원에 삼겹살 37t을 납품했다. 그런데 행사가 끝난 후 롯데마트는 ㎏당 1만5800~1만7000원에 구매하면서 2주간 약 1t만 주문했다. 윤 사장은 "(행사때) 2억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하는데 1000만~2000만원 보전이 된다고 해도 1억8000만원이 적자 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참다못한 윤 사장은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마트를 제소했다. 공정위 공정거래조정원은 롯데마트의 불공정행위가 인정된다며 납품업체에 4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롯데마트측은 일방적인 판결이라며 거부한 상태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측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롯데마트는 "행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낮아진 납품단가는 행사 후 제품 단가를 다시 올려 매입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해당 업체에 대한 연간 매입금액도 평균 제조원가보다 항상 높은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업체의 일방적 주장만 듣고 결정된 공정거래조정원의 합의액에 동의할 수 없어 공정위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빠른 시일 내 정확하고 공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노사간에도 '갑질' 존재?
롯데마트 직원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측이 계산원들에게 과부족금을 추징한다는 것. 민주롯데마트 노조에 따르면 롯데마트에서는 정산시 5000원 이상 과부족 금액이 발생하면 계산원이 전액을 물어내야 한다. 다른 대형 유통마트와는 다른 시스템이다. 홈플러스는 과부족금 관련 본인 충당도 없고 사유서도 쓰지 않는다. 이마트의 경우는 5만원 이상 과부족금이 발생할 경우에만 개인 충당없이 사유서를 작성한다.
이후 노조의 끊임없는 개선 요구에 일부 점포의 경우 5만원 미만의 과부족금은 개인이 충당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세워졌다. 하지만 일부 점포의 경우 여전히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롯데마트의 공식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민주롯데마트 노조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점포에 계산원과 부족금 충당을 시키지 않겠다고 공식화해야 한다"며 "어떤 점포는 받고 어떤 점포는 받지 않고 하는 것은 계산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측은 "노조와의 온도차"라면서 "과부족 금액을 반드시 추징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간 관리자의 판단에 계산원의 단순 실수라고 인정되면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점포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점차 개선해 나가야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마트의 '행복사원'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원들의 1년 월급총액도 마트 빅3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에 따르면 3년 근속의 경우 롯데마트 월급은 시급 6000원, 7시간 근로 기준으로 108만원이다. 반면 이마트는 시급 5760원, 8시간으로 계산했을 때 월급총액은 132만원, 홈플러스는 시급 5700원, 8시간에 129만원이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