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군단은 정말 '선발 투수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까.
한화 이글스는 현재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하지 못했다. 15일부터 일본 고치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데, 이때까지 외인 구성을 마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유력하다. 한화는 이왕 늦은 바에 좀 더 신중하게 전력에 가장 보탬이 될 수 있는 A급 선수를 데려오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충분히 일리있는 계획이다.
그런데 남은 2명의 외인 선수를 '투수 1명+타자 1명'이 아닌 '타자 2명'으로 채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어설픈 실력을 지닌 선발 투수가 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차라리 팀에 부족한 장타력을 보강할 수 있는 타자를 한 명 더 영입하겠다는 복안. 물론 100% 확정된 계획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 마켓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정말로 현재 한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칫 상당한 데미지를 미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외인타자 2명'의 계획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현재 팀내에 '선발 투수감'이 많다는 데서 나왔다. 그래서 이 선발감들을 충분히 활용하면 외국인 선발이 에스밀 로저스 1명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계산이 섰다.
기본적으로 이런 계산은 엔트리 자체에 선발 후보군이 적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선발 등판이 가능한 투수를 대략적으로만 따져봐도 안영명을 비롯해 배영수 송은범 이태양 김용주 송창현 김민우에 스토브리그에서 영입한 송신영 심수창 등 9명이나 된다. 이 선수들은 모두 최근 1~2년 사이에 최소 10회 이상 선발 경험이 있다. 김용주는 상무에서 선발로 입지를 굳혔다. 때문에 이 후보군 중에서 4명을 추리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후보군들에 대해 좀 더 냉정한 시각에서 평가할 필요도 있다. 정말로 풀타임 선발로서 제 몫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확답을 내리기 어려운 선수가 많다. 선수 개개인에 딸린 위험요인을 따져보면 그렇다.
기본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활약하려면 적어도 120이닝 이상은 소화해내야 한다. 그러면서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성공적이다. 그런데 한화 선발 후보군 중에서 안영명 정도를 제외하면 이 기준을 통과할 수 있을만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다. 배영수와 이태양, 송창현은 수술과 재활을 거친 선수들이다. 때문에 이닝 소화력과 구위에서 확신을 주기 어렵다. 부상 재발이나 수술 데미지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송은범은 최근 수 년간 계속 뚜렷한 이유없이 부진을 거듭했던 인물이다. 때문에 2016시즌에도 물음표가 강하게 따라붙어있다. 여기에 김민우는 올해 겨우 프로 2년차가 되는 선수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김용주도 마찬가지다. 1군 무대에서 아직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송신영은 나이가 많고, 심수창도 기량이 불안정하다.
결국 9명의 후보들이 있지만, 여기서 4명을 확실히 고르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상적으로 상황이 풀린다면 좋은 선발투수들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매번 선발 고민을 해야할 수도 있다. 때문에 현재 팀내 선발 후보들과 이에 따른 외인 선수 구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