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는 비교적 듬직해 보이는데, 타선이 걱정이다. 지난해 말 KIA 타이거즈는 우완 헥터 노에시와 연봉 170만달러에 계약했다. 선발 15승 이상의 기대가 담긴 연봉 170만달러다. 마무리 윤석민이 선발로 가면 뒷문이 허전해 지지만, 그래도 마운드는 보강이 이뤄졌다. 타선은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다. 외국인 타자 브렛 필과 재계약을 했고, 주축 선수 면면이 똑같다.
지난해 팀 타율 2할5푼1리-136홈런-648득점. 최악의 빈타에 허덕였던 타이거즈다. 1위 삼성 라이온즈(3할2리)를 비롯해 2할8푼 이상을 기록한 팀이 5개나 됐는데, 유일하게 2할5푼대를 찍었다. 9위 LG 트윈스(2할6푼9리)와 격차도 컸다. 필과 '주장' 이범호, 두 주축 선수만 규정타석을 채웠다. 둘이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하는 동안, 다른 주축 타자들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들쭉날쭉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분위기라면 올해도 빈약한 공격력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KIA가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마무리 부재와 함께 약한 타선 때문이다. 탈출구가 필요한데 암울해 보인다.
그런데 몇가지 바람이 충족된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먼저 나지완의 부활이다. 타율 3할-20홈런-80~90타점을 기대했는데, 2할5푼3리-7홈런-31타점. 개막전 4번 타자로 출발해 1,2군을 오르내리면서 바닥을 때렸다. 특별한 부상이 없는데도 그랬다. 특히 전반기 중반까지는 2할 안팎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심리적인 위축, 부담이 나지완을 더 깊은 수렁으로 끌고 갔다. 예상하지 못한 수준의 부진은 그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다. 정신과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나지완의 부활이 없다면 타이거즈 타선 재건도 기대하기 어렵다. 나지완 또한 벼랑에 몰린 마음일 것이다.
김주찬은 상위타선의 핵심 타자. 빠른 발,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갖췄다. 지난해에는 3할2푼7리-18홈런-62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18홈런은 한시즌 개인 최다 기록이다. 그런데 아쉬운 게 있다. 지난해 144경기 중 98경기 출전. 잦은 허벅지 부상으로 기동력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2013년 47경기에 나선 김주찬은 2014년 100경기에 출전했다. 정상의 몸으로 게임에 나서면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비운 시간이 길었다. 부상없이 풀타임 출전이 가능한 김주찬. KIA 코칭스태프, 타이거즈 팬들의 가장 큰 바람이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KIA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에 포수 이홍구 백용환이 번갈아가며 안방을 지켰고, 외야수 김호령, 내야수 박찬호 등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갔다. 이따금 터진 한방이 극적이었고, 수비 기여도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타격이 약했다. 백용환이 2할3푼4리, 이홍구가 2할1푼6리, 김호령이 2할1푼8리, 박찬호가 1할8푼2리에 그쳤다. 젊은 선수들이 업그레이드 된 공격력을 보여줘야 팀이 밝아진다. 수비 기여도만으로 계속해서 기회를 주긴 어렵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