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언제 손을 내미는 구단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벌금 700만원의 약식기소로 처벌을 받게 된 임창용이 KBO로부터 리그 복귀 후 리그 전체의 절반을 뛰지 못하는 징계를 받았다. 올시즌 144경기이니 어느팀에 복귀하든 복귀 이후 72경기를 뛰지 못하는 것이다. 강한 징계이지만 그래도 선수 생명의 길은 열렸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된 임창용은 분명 즉시 전력감이다. 팀의 불펜 전력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해 5승2패 33세이브로 세이브왕에 올랐다. 평균자책점도 2.83을 기록해 세이브 2위인 NC 임창민(31세이브 평균자책점 3.80)이나 3위 KIA 윤석민(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6) 4위 넥센 손승락(23세이브 평균자책점 3.82) 등 다른 젊은 마무리 투수들보다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무적 선수인 임창용이기에 어느 팀이든 데려갈 수 있다. 어떤 보상도 필요하지 않기에 어떤 FA보다 더 인기가 높을 수 있다.
그러나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구단이 선뜻 임창용을 데려갈 수 없게 하고 있다.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실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많은 부를 축적한 선수가 불법적으로 해외에서 도박을 했다는 것에 팬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창용을 영입한다면 팬들이 등돌릴 수도 있다. '나중에 성적이 좋으면 나쁜 여론이 돌려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모든 구단이 구단과 그룹 이미지를 얘기하며 임창용 영입 가능성에 엑스(X) 표시를 했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면 이러한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비난 여론이 사그라든다면 마무리 투수가 필요한 팀에선 언제든지 임창용을 부를 수 있다. 지금은 필승조-마무리에 대한 구상이 어느정도 된 상황이라고 하지만 실제 시즌에 들어가서 그 구상되로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론이 아니라 팀에서 필요없다고 해도 시즌 후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아직 시간도 있다. 시즌 전에만 계약한다면 72경기가 지난 6월말부터 1군 등판이 가능하다. 당장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계약 후 몸을 만들 시간은 충분하다. 시즌이 시작된 뒤에 계약해도 그리 늦은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시즌 막판에라도 지난해와 같은 피칭을 한다면 팀에겐 큰 플러스 요인이다.
시즌이 시작되면 팬들의 관심은 순위싸움으로 돌아간다. 불펜진이 약한 팀들은 팬들의 비난이 커지게 될 경우 임창용 카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현장에서의 요구가 커질 수도 있다. 현재도 몇몇 팀 코칭스태프는 임창용 영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창용을 영입할 때 타 팀 팬들의 비난을 받겠지만 해당 팀의 팬들에겐 팀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
임창용은 법적인 징계를 받았고, KBO의 징계도 받았다. 이미 처벌을 받은 임창용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지금은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 같지만 성적에 불이 떨어지게 되면 오히려 서로 데려가려고 할지도 모른다. 이제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