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의 대체 외국인 공격수 알렉산더(28)는 3일 입국했다. 우리카드와 계약을 하고 한국 땅을 밟은 것이 아니었다. '테스트생' 신분이었다. 최근 오른골반 내전근 부분 파열 부상을 한 군다스의 대체 자원을 찾던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그 동안 몇 차례 영상으로만 외인을 찾았다. 그러나 김 감독의 눈을 사로잡는 선수가 없었다. 있어도 없으니만 못한 외인은 오히려 팀에 해가 될 수 있었다. 유럽도 시즌 중이지만 정규리그 꼴찌에서 허덕이고 있는 팀 분위기를 반전시켜줄 수 있는 외인 영입을 바랐다. 40여일이 지났다. 김 감독은 더 이상 외인 수혈을 지체할 수 없었다. 결국 테스트 끝에 러시아 2부 리그 출신 알렉산더를 품었다.
김 감독이 알렉산더를 선택한 이유는 높은 타점이었다. 2m3의 장신인 알렉산더는 최고 타점이 3m60에 달한다. 삼성화재의 '독일 폭격기' 괴르기 그로저(3m65)와 비슷한 수준이다.
성격도 좋은 편이었다. 국내 선수들과의 융화를 중시하는 김 감독의 철학에도 맞는 선수였다.
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한국전력과의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4라운드 경기는 알렉산더의 데뷔전이었다.
이날 알렉산더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내뿜었다. 1세트부터 양팀 최다인 8득점을 폭발시켰다. 공격 성공률은 46.67%에 불과했지만 유효 블로킹 2개와 블로킹 1개로 기선제압을 이끌었다.
측면 공격이 통하자 자연스럽게 중앙 공격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박상하와 박진우 등 센터진이 측면 공격에 무게를 두고 수비를 할 수밖에 없는 상대 수비진을 틈타 수월하게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알렉산더 효과'였다.
적은 범실도 돋보였다. 1세트와 2세트에서 나란히 범실 1개밖에 하지 않았다. 주전 세터 김광국과의 호흡을 맞춘 것이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
알렉산더는 승부처에서의 한 방 능력도 갖췄음을 증명했다. 3세트 20-18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자신이 디그를 한 뒤 백어택으로 득점을 올렸다. 상승 분위기에 정점을 찍었다. 5세트에서도 알렉산더의 한 방에 분위기가 급격하게 우리카드로 흘렀다.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김광국의 토스가 좋지 않았지만 좋은 기술로 터치아웃을 시켰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보였다. 40초중반에 머문 공격 성공률은 좀 더 끌어올려야 했다. 또 경기 초반 좋았던 타점도 세트를 더할수록 떨어졌다. 상대 유효 블로킹에 걸리는 스파이크가 많아졌다. 4세트에는 무득점에 그쳤다.
그래도 한국 배구를 처음 접한 경기에서 만족할 만한 활약을 보여준 알렉산더 덕분에 우리카드는 9연패의 수렁을 벗어났.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대2(25-22, 17-25, 25-20, 14-25, 15-13)로 승리를 거뒀다. 알렉산더는 이날 양팀 최다인 30득점을 기록했다.
장충=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