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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계절, 떠날 때는 앙금 남기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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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계절이다. 떠나 보내고,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고. 유니폼을 만들고, 라커룸을 손질하고, 전력을 재정비하고. 이렇게 2016시즌은 착착 다가온다.

최근들어 선수를 떠나 보낸 일부 팀들에게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몸값이 큰 FA선수들을 떠나보낸 후유증이다. 수년간 팀의 일원으로 활약하다 FA기회를 잡은 선수들은 생애 최대 기회를 맞아 협상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구단과 줄다리기를 하고, 눈치작전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선수는 팀에 서운하고, 팀도 마찬가지다.

수도권팀 선수 A는 이번 겨울 FA로 이적했다. A에 대한 원소속팀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협상을 하면서 감정이 크게 틀어졌다. A도 원소속팀에서의 대우 불만이 없지 않았다. 협상에서 A는 자신이 원하는 몸값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구단 관계자들은 A의 표정을 보고 '이미 믿는 구석이 있구나'라는 걸 직감했다고 했다. 결국 A는 이적했다. 이적발표가 난 지 30분만에 A는 원소속구단 동료 한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수 상조회비 납부내역을 뽑아 보내주고, 내 몫을 바로 계좌이체 시켜달라." 선수 상조회비는 매달 선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선수들의 개인사에 사용하는 일종의 회비다. 금액은 200만~30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소속팀 선수들은 초대형 대박을 터뜨린 뒤 냉정해도 너무 냉정한 모습에 서운한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 팀의 또 다른 선수는 이적을 하고난 뒤 선수들과 일일이 따뜻하게 인사하고 팀을 떠났다. 자신의 선수상조회비는 남은 선수들에게 써달라고 했다. 원칙을 넘어선 특별한 배려가 없었다고 해서 욕먹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떠날 때의 모습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번 FA협상 과정에서 더 한 일도 있었다. FA선수인 B는 지난 시즌 막판 친분이 있던 C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몸상태가 아주 좋으니, 나를 꼭 데려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C감독은 구단에 이 선수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C감독은 FA계약 마지막날까지 구단 관계자들과 B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잠시 뒤 다른 팀과 전격적으로 계약했다는 말을 듣고 혀를 찼다. 염치가 없어 미안하다는 전화를 하지 못했겠지만 속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엄연히 탬퍼링 조항 위반이지만 이같은 일이 처음은 아니다.

FA협상 도중 미자격 에이전트들이 의견조율을 하기도 했다. 정작 구단의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것은 웬만한 선수들은 자신이 원하는 몸값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이전트를 통해 어렴풋이 희망조건을 전하고 '간'을 본다. 이후 선수는 직접 몸값을 얘기한 적이 없다고 둘러댈 수 있다. 구단제시액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벌떡 일어선 뒤 뒤늦게 "돈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발뺌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몸값이 치솟다보니 선수와 구단의 전략도 다양해지고 설명하기 복잡한 일이 물밑에선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구단의 나쁜 행태에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들어서는 트렌드가 바뀌었다. 수년간 선수난으로 선수쪽으로 협상의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상대적 약자(?)에게서 더많은 불만이 나오는 것은 어쩌보면 당연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