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김용희 감독이 새 마무리로 박희수를 사실상 낙점했다.
김 감독은 5일 열린 구단 시무식에서 "이번 겨울에 전력 약화가 분명히 있다. 셋업맨과 마무리를 맡은 두 선수의 이탈은 큰 손실이다. 우리가 이기는 경기를 책임졌던 투수들"이라면서도 "하지만 대안이 있다. 몸 상태가 좋아진 박희수가 있고 아니면 지난해 잘 던진 전유수 등이 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마무리와 셋업맨을)잘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SK는 마무리 정우람과 셋업맨 윤길현이 FA로 각각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다른 전력 보강없이 핵심 불펜진 2명이 빠져나갔으니 전력 약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김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마무리 후보로 박희수를 첫 번째로 언급함으로써 불펜 구상을 어느정도 끝냈음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박희수가 과거의 기량과 구위를 회복한다면 마무리를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SK 불펜 투수들 가운데 박희수만큼 마무리 경험과 능력을 지닌 투수도 없다. 박희수는 2006년 동국대를 졸업하고 입단해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1년 39경기에서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8을 올린 박희수는 2012년에는 65경기에서 34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하며 최고의 셋업맨으로 성장했다. 2013년에는 군입대한 정우람의 바통을 이어받아 43경기에서 24세이브,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하며 소방수로도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2014년 갑작스러운 부상이 찾아왔다. 그해 21경기에서 13세이브를 올리며 잘 나가던 박희수는 6월 왼쪽 어깨 부상을 호소하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회복에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팔꿈치까지 포함해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박희수가 돌아온 것은 지난해 8월이다. 1년여 동안 재활에 매달렸으니 예전의 실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14경기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따라서 미국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서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 박희수는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한창 주가를 올렸던 3~4년전의 구위를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건강해야 한다. 지난해 복귀했을 때는 부상 후유증을 우려해 등판 간격과 투구수를 신경쓰며 마운드에 올랐다. 마무리를 본격적으로 맡게 되면 연투 능력, 몇 경기 연속 1이닝 정도를 던질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전지훈련서 박희수가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체력보강이다.
또 주무기인 투심패스트볼의 위력도 되살려야 한다. 박희수의 투심은 오른손 타자에게 매우 치명적인 구종이다. 박희수는 왼손 투수임에도 오른손 타자에게 강했다. 바로 투심 덕분이었다.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면서 떨어지는 투심이 트레이드 마크. 140㎞대 초반의 직구와 130㎞대 초반의 투심을 섞어 던지며 타자들을 요리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3할8푼5리에 이를 정도로 투심이 좋지 못했다. 2014년 오른손 상대 피안타율은 1할4푼6리였다.
올해 SK가 만족스러운 성적으로 내려면 박희수가 마무리로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박희수로서는 2년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