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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감성 영입 행보, 부산 팬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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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감성 영입 행보가 꺼졌던 부산 팬심을 들끓게 하고 있다.

롯데는 5일 깜짝 발표를 했다. 선수단 연봉 협상을 일찌감치 마치고 시무식, 전지훈련 출발을 앞둔 시점에서 크리스 옥스프링 코치 영입을 알린 것이다. 2007 시즌 LG 트윈스 입단을 시작으로 2013 시즌부터 2년간 롯데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kt 위즈에서 뛴 후 재계약에 실패, 호주로 돌아갔던 옥스프링은 몇 달 되지 않아 다시 한국으로 컴백하게 됐다. 옥스프링은 롯데에서 2군 선수들을 조련하게 됐다.

상당한 의미가 있는 영입이다. 사실 옥스프링은 kt로 떠나며 롯데와 좋지 않은 이별을 했다. 선수 본인은 2013, 2014 두 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재계약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롯데는 지난해 더 강한 투수를 찾겠다며 옥스프링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 때 kt가 무적이 된 옥스프링을 붙잡았다. 옥스프링은 공개적으로 롯데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했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이 지난해 개막전에서 맞붙었는데, 옥스프링은 "개막전에 나가 무조건 잘 던지고 싶다"며 이를 갈았었다.

성실한 훈련 태도와 꾸준한 피칭으로 옥스프링은 롯데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를 대신해 영입한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가 좋은 활약을 했기에 망정이지, 두 사람 영입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롯데는 아마 많은 지탄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팬들은 kt 소속이지만 옥스프링의 선전을 응원했다.

팬들의 지지를 받는 옥스프링을 다시 선수로 영입할 수 없는 가운데, 코치로 영입한 건 롯데의 절묘한 선택이었다.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다던 옥스프링 입장에서도 서운한 감정이 남아있지만, 롯데의 제안을 뿌리칠 수 없었다.

어쨌든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옥스프링의 복귀를 매우 반기고 있다. 상동에 주로 있으 것이기에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롯데의 일처리에 기뻐 야구장을 찾겠다는 팬들이 넘치고 있다. 여기서 롯데의 감성 영입 전략이 잘 보여진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라이언 사도스키를 해외 스카우트 코치로 영입했다. 이미 3명의 외국인 선수 영입을 마친 후였지만, 롯데는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던 사도스키에게 코치 직함을 주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사도스키 효과를 제대로 본 롯데는 옥스프링 카드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안이었다. 안그래도 최근 토종 코치들을 데려오기 힘든 상황에, 1억원 남짓의 연봉을 주며 스타 선수 못지 않은 코치를 영입할 수 있는 건 구단 홍보와 마케팅에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창원 사장이 지난 시즌을 앞두고 부임했는데, 그를 잘 아는 관계자들은 이 사장이 틀에 박힌 구단 운영보다 외국인 코칭스태프 선임 등 실험적인 요소들에 대해 관심이 크다고 말한다. 두 사람 뿐 아니라 훌리오 프랑코 코치를 2군 타격 코치로 선임한 것도 그렇다.

물론,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단순한 화제 몰이를 위해 미래에 대한 큰 계산 없이 외국인 코치들을 마구잡이로 영입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 또, 현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토종 코칭스태프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한다. 일례로 야구계에서는 롯데가 차기 감독 후보로 프랑코를 염두에 두고 데려온 게 아니냐는 소문이 흘렀다. 프랑코 정도의 인지도 있는 인사가 큰 이득 없이 상동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 제안을 받아들였겠냐는 것이다. 이런 소문이 나면 조원우 신임 감독을 비롯한 기존 코칭스태프들은 힘이 빠진다.

중요한 건, 이런 롯데의 행보가 떠나갔던 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동시에 좋은 성과로 나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점이다. 과연 새로운 외국인 코치들의 영입으로 롯데가 새로운 화수분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