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특별했다.
'오 마이 비너스'는 세계적인 헬스 트레이너 김영호(소지섭)와 '얼짱'에서 '몸꽝'으로 역변한 여자 변호사 강주은(신민아)이 만나 다이어트에 도전하며 서로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헬스 힐링 로맨틱코미디다. 작품은 '뻔한 로맨틱 코미디물이 될 것', '외모지상주의물이 아니냐'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따뜻한 감동과 힐링을 전하며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특히 뻔하지 만은 않은 스토리가 특별함을 느끼게 했다.
99.9%의 로맨틱 코미디물은 집도 절도 스펙도 능력도 배경도 없지만 성격 하나만은 끝내주게 밝고 낙천적인 여자주인공이 모든 걸 다 가진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악녀의 계략에 휘말려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다 결국 왕자님의 도움으로 악녀를 물리치고 사랑에 골인하는 내용을 그린다. '오 마이 비너스' 역시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디테일이 달랐다. 먼저 신민아가 연기한 강주은 캐릭터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물 여자 주인공과는 달랐다. 일단 여자 변호사라는 전문직 여성이었고, 자신의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달려왔고 성공했던 경험이 있기에 당당했다. 비록 사법고시 준비로 외모는 역변했지만 "난 강주은이니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으니까"라는 자신감은 성취감을 맛본 이들만 가질 수 있는 성격이었다. 수동적인 기존 여자 주인공과 달리 자발적 능동적 의지로 움직였다. 보통 전 남자친구의 배신을 목격하면 달려가 머리채를 잡거나, 친구 혹은 왕자님의 도움을 받아 대리 보복을 하는 게 일반적인 그림이었다면 '오 마이 비너스'의 강주은은 똑 부러지게 할 말 다 했다. 그런 사이다 화법은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어냈다.
악녀도 없었다. 사실 오수진(유인영)이 악녀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다. 시기 질투로 친구의 남자친구를 빼앗았기 때문.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15년 간의 정 앞에 흔들리는 애인을 보며 주인공을 더 악랄하게 괴롭히는 게 보통의 롤인데, 오수진은 덤덤했다. 강주은을 괴롭히나 싶으면 멈추고 오히려 뚱녀 시절의 트라우마에 갇혀 아직도 상처받고 있는 영혼의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으로 자신을 감싸준 남자 임우식(정겨운)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은 애처롭기도 했다.
임우식 캐릭터도 의외였다. 임우식은 여자친구 강주은의 외모가 변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15년 간의 사랑을 배신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듯 임우식 역시 오수진에 흔들리는 듯 했지만 결국 다시 예뻐진 강주은을 보고 땅을 치고 후회하는 설정으로 그려질 줄 알았을 터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임우식은 오수진에게 프러포즈했다. 현실에서는 배신 커플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겠지만 어쩐 일인지 이들의 해피엔딩이 눈살 찌푸려지지 않은 건 '오 마이 비너스'의 의외성 때문이 아닐까.
자극적인 막장 소재도 없었다. 스토리 전개도 시원시원했다. 보통 멜로물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엇갈리는 모습이 수 차례 그려진다. 코 앞에 상대를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채 지나친다거나, 서로의 마음을 오해한채 눈물 짓는다거나 하는 답답한 설정이 반복된다. 그러나 '오 마이 비너스'는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시원하게 러브라인을 뽑아냈다. 강주은과 김영호(소지섭)는 서로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 보며 마음을 열었고 자연스럽게 그 상처를 보듬어주며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불의의 사고로 잠시 이별을 맞이하긴 했지만 치료차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았던 거라 답답함은 없었다. 오히려 재회의 애틋함을 진하게 느끼게 했다. 방해없이 온전히 극에 몰입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놓은 셈. '착한 힐링 로맨틱 코미디물'이라는 것이 '오 마이 비너스'를 특별하게 만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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