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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 "권력에 대한 경각심, 엔딩에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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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영화 '내부자들'은 아주 흥미로운 역전극을 여럿 연출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복수에 성공했고,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700만 흥행을 일궜으며, 배우 이병헌은 벼랑 끝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역전의 주인공. 바로 연출자 우민호 감독이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와 '간첩'에서 쓴맛을 봤던 우 감독은 세 번째 연출작 '내부자들'로 재기에 성공했다. "이번에 실패하면 영화를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던 우 감독은 오래 벼린 칼날을 예리한 솜씨로 휘둘러 충무로에 자신의 이름을 깊이 새겼다.

'내부자들' 신드롬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본편에서 무려 50분이 추가된 3시간짜리 확장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지난달 31일 추가 개봉하면서 극장가가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본편과 확장판 관객수를 더해 천만 돌파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확장판의 관객수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천만 돌파는 꿈도 꾸지 않아요. 다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생한 장면들이 본편에 모두 담기지 못해 아쉬웠는데, 확장판 개봉으로 그 고생이 보상받는 것 같아 기쁩니다. 본편에서 통편집됐는데도 '개의치 말라'고 격려해주신 김의성 선배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도 조금이나마 덜게 됐어요."

주요 캐릭터들의 전사와 에피소드들이 추가된 '확장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수언론의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의 엔딩이다. 본편과 동일한 엔딩 이후 에필로그처럼 덧붙은 이강희의 독백신은 또 다른 반격을 알리는 경고장처럼 섬뜩하다. "'끝났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고, 이겼다고 해서 이긴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경각심을 갖고 끝까지 권력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미였죠. 하지만 자칫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회의와 절망감을 주진 않을까 걱정도 됐어요. 그래서 본편에는 이 장면을 담지 못했죠. 확장판을 본 관객들이 제 의도대로 이 장면을 해석해줄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댓글을 다 찾아보려고요.(웃음)"

'내부자들'의 흥행에는 '사회 정의'에 대한 대중의 갈망이 투영돼 있다. 여전히 현재적 과제인 친일파 청산 문제를 담은 '암살', 부패한 경제 권력에 통쾌한 한방을 날린 '베테랑'처럼, '내부자들'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권력의 치부를 파헤쳐 사회 전반에 충격파를 던졌다. 최근 한 자치단체장은 '내부자들'이 사회 지도층을 파렴치하게 그렸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내부자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영화 안에서나마 사회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는 건 이 시대가 그만큼 답답하다는 의미겠죠. 하지만 저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봐요. 국민을 대신해 최전방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이 있고, 사명감을 갖고 불의와 싸우는 검찰도 있어요. 영화에 담긴 캐릭터들은 나쁜 모습을 극단적으로 과장해 보여준 것일 뿐입니다. 영화는 그냥 영화로, 좀 더 포용력을 갖고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내부자들'이 '암살'이나 '베테랑'과 지향점이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건 '정의'가 아닌 '불의'에 의해 '불의'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권력이 그 내부의 문제로 인해 붕괴되는 모습을 종종 뉴스를 통해 봐왔던 터라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원작에는 이상업이란 사진기자가 등장하는데 정의로운 인물이었어요. 하지만 영화에선 빼버렸죠. 충무로 속설상 기자가 정의롭게 등장하면 영화가 망한다고도 하고….(웃음) 무엇보다 욕망으로 가득찬 인간들의 '개싸움'을 보고 싶었어요. '덜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잡는 모습에서 관객들이 어떠한 감흥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죠."

'내부자들'에서 최후에 웃는 '덜 나쁜 놈'은 정치깡패 안상구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던 이병헌은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 하자"는 애드리브로 자신을 향한 불편한 시선을 잠재웠다. "이병헌은 정말 대단한 배우예요. 현장에서 영화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이병헌에게 은인이 아니냐는 얘기는 가당치 않습니다. 오히려 이병헌이 저에게 은인이에요. 이병헌이 아니었으면 이 영화가 시작도 안 됐을 거고, 안상구 같은 캐릭터도 없었을 거예요. 상업적인 지점에서 공이 정말 큽니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의 숨막히는 연기호흡, 개성 있는 캐릭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엔딩 등 '내부자들'의 속편을 기대할 이유들이 충분하다. "전혀 계획도 없고 생각도 못해봤다"는 우 감독은 "문득 각 캐릭터의 이후 모습이 궁금해지긴 한다"며 내심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내부자들'만큼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걱정되고 두렵기도 합니다. 다음엔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 그 안의 놀라운 힘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어요. 좀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구상 중입니다."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