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우리은행 한새의 독주가 거침없다. 3일 현재 우리은행은 17승2패로 단독 선두. 승률이 8할9푼5리. 더 놀라온 건 2위 KEB하나은행(9승9패)과의 승차로 7.5게임이다.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졌던 신한은행 에스버드(9승10패)은 공동 3위에 머물러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격차는 8게임까지 벌어졌다.
통합 4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이런 독주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은행만의 '극강 모드'가 구축됐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최근 보여주는 경기력은 다른 5개팀이 넘어서기 어려운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공수 밸런스가 안정돼 있다. 또 공수에서 토종과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이 균형을 이룬다. 다른 팀들과 달리 승부처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지 않는다. 토종 임영희 박혜진 양지희가 중심을 잡고 외국인 스트릭렌과 굿렛이 그 바탕 위에서 움직인다. 최근엔 식스맨 이은혜가 이승아와 맞먹을 정도까지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시즌 1~2라운드에서 약간 흔들린 우리은행은 최근 11연승으로 철옹성을 쌓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개막 최다인 16연승을 달린 적도 있다.
우리은행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타팀과의 경기력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우리은행 선수들의 공수 움직임 자체가 다른 경쟁팀들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현격한 수준차가 난다는 것이다.
다른 한 쪽에선 우리은행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보다 경쟁팀들이 대항마 구실을 제대로 못해주는 측면이 강하다고 봤다.
이번 시즌 우리은행을 한 번이라도 꺾은 팀은 KEB하나은행과 KB스타즈 뿐이다.
우리은행에 앞서 여자농구의 절대 지존이었던 신한은행은 최근 4연패에 빠지면서 승률 5할 밑으로 떨어졌다. 가드 최윤아의 경기력이 현격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간판 김단비 한명으로 버티는데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혼혈 선수 센터 첼시 리를 영입해 기본 전력이 강해진 KEB하나은행은 주득점원 김정은의 부상 공백이 길어지면서 생각 처럼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KB는 외곽슛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골밑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어 경기력의 기복이 심하다.
팀 리빌딩 중인 5위 삼성생명과 최하위 KDB생명은 우리은행을 견제할 힘이 아직 부족하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과 팀 조직력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은행의 이런 독주 체제를 바라보는 농구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우리은행의 장기 집권이 여자농구의 흥미를 떨어트린다는 시각이 있다. 반면 우리은행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경쟁팀들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