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외국인타자 나바로 대신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에서 뛰었던 아롬 발디리스를 영입했다. 나바로를 최종적으로 떠나보낼 때까지 삼성 내부에선 재계약을 낙관했다. 나바로와의 재계약 걸림돌이었던 성실조항이 역으로 나바로를 붙잡을 수 있는 무기로 생각했다. 일본프로야구도 선수의 성실성을 첫 번째 덕목으로 꼽는다. 삼성은 일본프로야구가 나바로의 느슨한 플레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콜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나바로는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와 입단협상을 진행중이다. 계약이 유력하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지만 공식발표는 아직이다.
나바로는 지난해 140경기에서 타율 0.287 48홈런 137타점 22도루를 기록했다. 표면적인 성적만 놓고보면 역대급 용병이다. 3년 연속 KBO리그 활약이 예상됐으나 삼성은 특별한 조항 하나를 거론했다.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여 성실하게 플레이에 임할 것을 계약서에 넣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바로는 입단 초기부터 느릿느릿 플레이로 눈총을 받았다. 내야 땅볼을 때린 뒤 걷다시피 1루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 수비실책이 나와도 나바로는 세이프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를 지켜보는 팬들 사이에서도 질책이 쏟아졌다. 더 큰 문제는 전체 연습 지각 등 나태함이다. 전체 팀 분위기를 생각해야 하는 코칭스태프 입장에선 아무리 외국인 선수라고 해도 더 이상 용납하기 힘들었다.
나바로와의 협상에서 삼성이 성실조항을 넣기로 결정하자 나바로측은 발끈했다. 굳이 계약서에 명기하는데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1차적으로 몸값에도 의견 차가 컸다. 나바로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한화 에스밀 로저스, KIA 헥터 노에시와 같은 국적이다. 셋은 비슷한 동네에서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다. 나바로는 로저스가 190만달러, 노에시가 170만달러를 받는 것을 보고 대폭적인 연봉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바로는 지난해 85만 달러를 받았다. 제일기획으로 소속이 이관된 삼성은 최근 들어 큰손 이미지에서 탈피한 모습이다. 외국인선수 영입에서도 초고액은 지양하고 있다. 나바로를 붙드는데 있어 돈만 많이 줬다면 성실조항도 관철시킬 수 있었다. 결국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양측은 손을 흔들수 밖에 없었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나바로의 이같은 성향에 대해 모를 리 없다. 일본프로야구 구단들도 국내팀과 마찬가지로 팀내규가 분명하다. 훈련시간 지각 등에는 벌금을 부여하는 등 규칙이 엄하다. 나바로가 일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진 예측하기 힘들다. 새로운 환경에서 완전히 바뀐 플레이를 선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에서처럼 눈밖에 나는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출중한 성적을 내기전에는 여러 차례 거취논란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