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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본 궤도 SK, 6강 기적? 고춧가루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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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서울 SK 나이츠가 살아나고 있다. 2일 울산 모비스 피버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2연승을 거뒀다. 모비스 상대 8연패 지옥도 탈출했다. 지난달 31일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전부터 2경기 연속 드웨릭 스펜서가 20점 이상의 득점을 폭발시키며 팀을 이끈 효과가 컸다.

사실 스펜서 효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 점점 잡혀가는 팀 체계 속에 스펜서가 활약할 여유가 생겼다. 그 체계의 중심, 바로 김선형과 김민수다.

문경은 감독은 "지금까지의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해 변명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다른 팀들도 비슷한 악재를 맞이했지만, 선수들의 인터넷 불법 도박 파문은 SK에 가장 큰 악재였다. 김선형은 SK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 김선형이 빠지자 SK 특유의 신바람 나는 속공 농구가 사라지며 힘을 잃었다. 2년차 최원혁이 고군분투 했지만 혼자 팀 앞선을 책임지기는 힘들었고, 힘이 됐던 동반자 이현석의 부상 이탈도 뼈아팠다.

김민수의 부상 악재도 영향이 컸다. 김선형처럼 확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김민수가 빠지자 공-수 균형이 모두 무너져 버렸다. 최부경이 군 입대로 빠진 상황에서 수비 궂은 일 등을 할 사람이 없었다. 공격도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김민수의 스타일상 다양한 미스매치를 이끌어낼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빠진 것은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히, 팀의 기둥인 데이비드 사이먼이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다 보니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 심성이 온순한 선수로 유명했는데, SK에 와서는 짜증내는 모습을 자주 보인 것도 사실. 하지만 최근 김선형과 김민수가 복귀한 이후에는 훈련 태도도 밝아졌고, 경기에서도 한결 수월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특히, 사이먼이 혼자 공격을 고집하지 않고 외곽에 있는 동료들을 봐주기 시작하자 SK 농구 전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 스펜서가 대폭발하고 있는 것도 이 연장 선상에 있다.

사실, SK는 시즌 전 미국 전지훈련 등을 통해 지금의 농구를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선수들의 이탈, 부상으로 초반부터 꼬이고 말았다. 문 감독은 "2연승을 해서가 아니라, 그 전 패했던 모비스전도 사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부터 이런 경기력이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워했다.

SK는 현재 6위 서울 삼성 썬더스와 6.5경기 차이다. 농구계에서는 사실상 6강 싸움이 끝나지 않았느냐고 분석한다. SK 선수단도 이런 얘기를 모를리 없기에 문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측면이 가장 힘든 과업이다. 문 감독은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해 우리할 것만 하다보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며 6강행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남은 두 라운드 SK가 기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지금부터 SK에게 잘못 보이는 팀들은 나중 순위 싸움에 있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최근 SK의 경기력은 6강 경쟁 팀들과 비교해 뒤질 게 없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