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나이순이 아니다. 카타르에서 펼쳐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리우올림픽 티켓에 도전하는 올림픽대표팀에는 10대 선수가 2명이나 있다.
2016년 만23세가 되는 1993년생 선수는 류승우(레버쿠젠), 박용우(FC서울) 이슬찬(전남)을 비롯한 11명이다. 1994년생 선수는 권창훈(수원), 김승준(울산) 등 10명이다. 여기에 '1996년생 에이스' 황희찬(잘츠부르크), 황기욱(연세대)이 가세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황희찬과 최후방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는 황기욱은 '3살 위' 형들과 함께 뛴다. 통상 한두살 터울이 대부분이었던 올림픽대표팀에서 '3살 차이'는 파격이다. '연공 서열'이 아닌 오로지 '실력'만으로 선수를 뽑았다.
28일 올림픽대표팀의 출국을 앞두고 인천공항에서 만난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월반"이라는 표현을 썼다. "17~19세 이후 연령대는 이제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세계적으로 볼 때도 그렇다. 이런 경쟁 구도는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각 연령별에서 눈에 띄는 선수들이 생기고, '월반'도 하게 되고, 선배들과 함께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선배도 후배도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봤다. 후배들이 거침없이 치고 올라오는 분위기가 건강한 경쟁으로 이어져, 한국축구 발전에 힘이 될 것으로 봤다. "U-12, U-15, U-18 등 연령별 대표팀에도 '월반' 시스템을 고려할 수 있다. 국가대표는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생각도 똑같았다. "최종 명단을 선발할 때 올림픽대표팀 코칭스태프, 기술위원회가 모든 내용을 100% 오픈해 진행했다"고 했다. "1995년생, 1996년생 식의 나이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어떤 자리에 어떤 선수가 필요한가, 이번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고, 우승을 하기 위해 요소요소에 필요한 선수가 누구인가에만 집중했다. 이번에 선발된 1996년생 선수들은 어리지만, 그 나이대의 실력을 뛰어넘는 선수" 라고 설명했다.
호주와의 평가전 등에서 이미 존재감을 입증한 황희찬과 서귀포, 울산 훈련을 통해 '깜짝 발탁'된 황기욱은 선배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류승우는 "둘다 세살이나 어린 후배들이지만 축구를 정말 잘한다"고 칭찬했다. 미드필더 박용우(FC서울) 역시 "기욱이와는 서귀포 훈련 때 처음 발을 맞췄는데, 대학생 선수지만 플레이에 상당히 여유가 느껴진다. 피지컬 측면에서도 프로선수 못지않게 준비가 잘 돼 있는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무서운 막내들이 8회 연속 올림픽 티켓 사냥에 나선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 '만 24세'가 되는 이들에게도 올림픽 무대는 다시 오지 않을 일생일대의 기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