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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유럽파 태극전사들의 키워드는 '고진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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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苦盡甘來·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뜻의 사자성어). 2015년 유럽파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2015년 유럽무대 1부리그를 누빈 태극전사는 무대를 누빈 9명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독일 분데스리가에 구자철 홍정호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김진수(호펜하임) 박주호(도르트문트),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에 석현준(비토리아)이 뛰고 있다. 저마다 다양한 사연 속에 굴곡이 있었지만 마지막에 웃었다.

EPL파는 박싱데이를 전후로 함께 날았다. 9일 동안 결승골 릴레이를 이어가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청용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20일(이하 한국시각) 스토크시티전(2대1 크리스탈팰리스 승)에서 후반 44분 벼락같은 중거리슈팅으로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2011년 4월 9일 이후 4년8개월만의 EPL 득점이었다.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방출설까지 나온 상황에서 터진 생명과도 같은 골이었다. 이청용은 이 후 출전시간을 늘려나가고 있다. '절친' 기성용도 동참했다. 27일 웨스트브롬위치전(1대0 스완지시티 승)에서 전반 9분 선제골이자 이날 경기의 결승골을 넣었다. 그의 시즌 첫 골이었다. 지난 시즌 스완지시티 올해의 선수로 꼽히며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기성용은 이 한방으로 다시금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마지막 주자는 손흥민이었다. 분데스리가에서 3시즌 연속 두자리수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은 올 여름 3000만유로(약 403억원)라는 아시아 최고액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후 3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달간 자리를 비우고 돌아온 그의 자리는 없었다. 5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의 살길은 '특급 조커'로의 변신이었다. 손흥민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왓포드전(2대1 토트넘 승)에서 후반 44분 감각적인 힐킥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손흥민이 다시 한번 빛났다.

독일파도 위기 속 더 강해졌다. '약속의 땅' 아우크스부르크로 돌아온 구자철은 제 컨디션을 찾았다. 마인츠 시절 보여준 위축된 플레이에서 벗어나 마르쿠스 바인지얼 감독의 신임 속에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했다. 미드필드 전포지션에 기용되며 13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홍정호는 더 드라마틱하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주전자리를 따낸 홍정호는 올 시즌 초에도 확실한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부상과 집중력 저하가 겹치며 주전 구도에서 멀어졌다. 절치부심한 홍정호는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의 합성어로 골넣는 수비수라는 뜻)로 활로를 뚫었다. 11일 파르티잔전과 13일 샬케전에서 연속골을 터뜨렸다. 다시 바인지얼 감독의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시즌 초만해도 김진수의 위치는 예레미 톨리얀의 백업이었다. 마르쿠스 기스돌 감독이 경질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진수는 후프 슈테벤스 감독 부임 후 7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에 성공했다. 새로운 감독의 신임 속에 본 기량을 찾아가고 있다. 지동원과 박주호는 앞서 언급한 3명에 비해 팀내 입지가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석현준은 최고의 2015년을 보냈다. 2010년 아약스로 이적하며 주목받았던 석현준은 이후 5개팀을 전전하며 실패한 유망주로 멈추는 듯 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석현준은 비토리아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2015년 1월 비토리아 유니폼을 입은 석현준은 입단과 동시에 주전을 꿰차며 17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2015~2016시즌에는 14경기에서 8골을 폭발시켰다. 리그 득점 2위다. 포르투갈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가 된 석현준은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고진감래의 완벽한 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