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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중국에 치인 K리그, 브라질 용병 몸값거품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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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만 다시고 왔다."

최근 외국인 선수 물색을 위해 브라질을 다녀온 K리그 부산의 한정국 전력강화실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브라질 용병의 몸값 거품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브라질은 기량이 뛰어난 자원이 풍부한 데다 현지 경제 수준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큰돈 들이지 않고도 '괜찮은' 용병을 건질 수 있는 시장이었다.

대부분 K리그 구단들이 브라질 용병을 주로 사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흥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으로 인해 몸값 거품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경제대국 중국의 프로축구가 '블랙홀'로 떠오른 것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올해에도 한국 선수와 지도자들이 대거 중국으로 흡수됐다.

중국 프로축구에서 연봉 수백만달러짜리 외국인 선수는 예삿일이다. 호비뉴, 파울리뉴(광저우 헝다), 루이스 파비아누(톈진 콴잔), 엘리아스(허베이 종지), 뎀바 바(상하이 선화) 등 세계적으로 검증된 축구스타들이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다.

돈 앞에 장사가 없는 것이다. 그 여파가 K리그에 미치고 있다. 중국이 지갑을 펑펑 여는 바람에 소박했던 브라질 현지의 눈높이가 상승했다. 전북 현대 정도를 제외하고 저마다 긴축재정에 나선 K리그 구단들로서는 중국시장으로 인한 거품 때문에 신음할 수밖에 없다.

한 실장은 "브라질 곳곳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관찰하면서 '괜찮다'싶은 선수를 찾았지만 부르는 몸값이 너무 높아서 입이 벌어졌다"면서 "예를 들어 연봉 60만달러(약 7억원)가 적당할 것이라고 판단한 선수도 현지 에이전트가 제시한 금액은 600만달러에 달했다"고 말했다.

선수 출신으로 구단 업무를 10여년째 맡고 있는 한 실장이 선수 보는 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예전같으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몸값이 턱없이 부풀려진 바람에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한 실장은 수비수 1명을 섭외하는데 그쳤고, 나머지 2명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채 영상자료만 들고 돌아왔다.

한 실장은 "중국리그에서 몸값이 너무 오른 바람에 브라질 현지에서도 중국 수준에 맞춰 값을 부르는 게 예사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전문 에이전트 오앤디의 김학렬 이사는 "중국 때문에 몸값 거품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몇년 전만 해도 현지 에이전트들은 흥정을 붙이기 위해 K리그 '큰손'이었던 수원 삼성이나 FC서울이 얼마를 주기로 했다고 말하면서 밀당(밀고 당기기)을 걸어왔지만 요즘에는 중국리그 핑계를 댄다"고 말했다.

시장이 위축된 K리그는 이미 비교 대상이 안되고 중국리그의 시장가격을 들이밀어야 높은 몸값을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용병 1명 연봉 50만달러(약 5억8000만원) 정도면 제법 많이 쓴 축에 속하는 K리그 입장에서는 경쟁이 안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돈에 맞춰 데려왔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올 시즌 성적이 시원찮은 팀들은 대부분 용병 재미를 보지 못했다. 브라질 용병은 '로또'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을까. 김 이사는 "우선 K리그 구단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하고, 전문 정보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해마다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는 2000∼30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큰돈을 받고 중국이나 유럽으로 진출한 선수는 상위급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K리그는 재정 수준에 맞워 중하위급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50만달러에 맞는 선수도 수두룩하다. 다만 구단 자체적으로 찾기에는 정보력에 한계가 있고, 50만달러짜리 선수를 찾겠다면서 자꾸 수백만달러짜리 선수만 바라보고 있으니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현지 에이전트들이 중국시장을 앞세워 이른바 '장난'도 잘 치기때문에 여기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K리그가 용병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20세 전후의 어린 선수를 적은 비용으로 데려와 키워서 요긴하게 활용하거나 다른 리그로 팔아넘기는 등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용병 영입으로 인한 단기효과에 급급하지 말고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