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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IT 콜라보' 현대캐피탈에는 21번째 선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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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은 프로배구계의 리딩 클럽이다. 꾸준하고 차별화된 스포츠마케팅 활동을 통해 다양한 팬층을 확보, 천안을 배구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선수단을 생각하는 구단주 정태영 부회장의 애정도 남다르다. 세계 최고 시설의 클럽하우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를 지어 선수단의 편의와 경기력 향상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생각의 전환없이 남들과 다를 수 없다는 생각은 여전했다. 프로배구 남자 팀의 선수 정원은 20명이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에만 21번째 선수가 있다. 규정 위반이 아니다.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배구와 IT가 결합된 신개념 전력분석시스템을 말한다. '스카이워커스(SW) 21'이다.

▶최태웅 감독의 고민과 현대캐피탈 기술력이 만나다

최태웅 감독은 올해 4월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잡은 뒤 곧바로 'SW 21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최 감독은 "현재 모든 구단이 분석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분석프로그램을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결국 돌고돌아 정리된 생각은 선수들이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미팅 시간 때 1시간씩 영상을 보게 되면 허리에 무리가 가게 된다. 그래서 방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고민하다 'SW 21'을 고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 감독이 짠 시나리오를 현실화시켜줄 해결사였다. 때마침 최고의 파트너가 나타났다. 유문경 현대캐피탈 경영지원본부 데이터사이언스팀장이었다. 유 팀장은 "최 감독께서 부임 이후 스피드배구를 하고 싶어하셨다. 그러나 스피드배구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가 낮고 소통도 부족하다보니 감독의 철학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분석시스템을 소통의 창구로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는 불가피했다. 최 감독의 아이디어를 IT로 구현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사용할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정교하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최 감독과 유 팀장은 6개월간 매주 밤을 새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유 팀장은 "프로그램 구축보다는 기획, 즉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감독님은 구현하고 싶은 이미지가 있는데 내가 배구 전문 용어를 몰라 그 부분을 공부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SW 21'은 그렇게 탄생됐다.

▶기존 전력분석프로그램과 어떻게 다른가

모든 구단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력분석프로그램은 전력분석가용이다. 말 그대로 전문가만 조작할 수 있다. 전력분석가가 수집한 데이터와 영상을 재가공해주지 않으면 선수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또 불필요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SW 21'은 이런 문제점을 대부분 보완했다. 그리고 모든 자료를 개인용 테블릿PC 안에 집결시켰다. 'SW 21'은 크게 경기 영상을 바탕으로 한 경기 분석 파트와 웨이트·재활 훈련 영상으로 만들어진 개인별 체력 분석 파트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밀함의 끝'이다. 선수의 데이터(공격, 리시브, 서브 등)를 경기별, 팀별, 라운드별 등 다양한 검색 조건을 통해 검색할 수 있다. 영상과 그래프를 통해 확인도 가능하다. 어느 팀을 상대로 어떠한 장단점이 나왔는지 한 눈에 체크할 수 있다. 또 경기 전 상대 팀에 대한 자료 업데이트를 통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언제든지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 데이터사이언스팀은 경기 종료 후 5시간 이내 경기 영상을 업데이트해 선수단의 경기력 극대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선수단의 1차 미팅(포지션별)은 'SW 21'을 통해 이뤄진다. 그리고 전체 미팅과 체육관에서 펼쳐지는 실전 분석에서도 'SW 21'이 활용된다. 이미 선수들이 자신의 영상을 수시로 보기 때문에 전체 미팅 시 영상 분석 시간이 30분으로 단축됐다. 더불어 자신과 동료 그리고 상대 팀의 자료를 동료에게 전송 후 채팅창을 통해 실시간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지원된다. 'SW 21'을 통해 기대했던 선수-선수, 선수-코칭스태프의 소통이 활발해졌다. 최 감독은 "예전과 다르게 소통이 많아졌다. 선수들이 의견을 얘기할 때 주저하지 않는다. 주입식보다 확실히 본인들이 직접 보니깐 느끼는 점이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피드배구는 순간 순간 선수들끼리 사인을 주고받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SW 21'은 좋은 참고서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W 21'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선수는 리베로 여오현과 주장 문성민이다. 하루에도 영상과 기록을 수천번 클릭한다는 집계가 나온다. 유 팀장은 "처음에는 선수들이 어색해 했지만 시즌이 시작되니깐 적극적으로 활용하더라"며 "향후 프로그램에 더 혁신적인 파트가 보완될 예정"이라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최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흐른다. 최 감독은 'SW 21'로 선수들의 몸 상태부터 경기력까지 모든 것을 체크할 수 있다. 선수들의 체중, 체지방률과 근육량, 웨이트 훈련 자세, 재활하는 선수의 X-레이 사진까지 상세하게 팀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와 IT가 합쳐져 발생된 힘이다.

▶'SW 21'의 궁극적인 목표

'SW 21'은 활용된 지 3개월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SW 21'을 만든 최 감독의 꿈은 확실하다. 'SW 21'이 현대캐피탈 뿐만 아니라 한국 배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길 원하고 있다.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에서 시도하는 과학적인 전력분석시스템이 미래의 한국 배구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팀도 원한다면 'SW 21'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팀장 역시 "한국 프로배구가 발전을 하려면 스포츠와 IT가 결합되야 한다. 현대캐피탈 배구단도 역사가 오래됐지만 전력분석 면에서 IT 지원은 처음이다. 이렇게 배구에 깊숙하게 침투하는건 쉽지 않았다. 'SW 21'이 배구계 발전을 이루는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