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도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같다.
시즌 초반이 중요하다. 4~5월 빠른 적응을 해야 무난히 빅리그에 정착할 수 있다. 물음표가 잔뜩 달렸던 강정호는 사령탑이 그를 쓸 수밖에 없도록 했다. 초반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이내 빠른 공 적응을 마쳤다. 왼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레그킥을 고쳐야 한다는 현지 평가도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다만 박병호는 이적료 개념인 포스팅 비용이 1285만 달러다. 기본적으로 출전 기회가 보장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처음 접하는 구위에 잇따라 고전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경험을 쌓거나, 혹은 간간이 대타로 나가는 신세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4~5월 장타가 몇 개는 나와야 한다. 강정호처럼 인상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박병호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미네소타는 풀타임 출전이 보장된 넥센 히어로즈가 아닌,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던 LG 트윈스에서의 환경과 같을 것이다. 그래서 주목되는 점이 타격폼이다. 과연 박병호가 빠른 공을 수월하게 때릴 수 있는 쪽으로 변화를 줄지, 아니면 지금의 타격 자세를 유지할지 사뭇 궁금하다.
전자는 테이크백을 간결하게 하는 타격폼이다. 뒷스윙을 줄여 방망이 헤드가 빨리 돌아 나오게 하는 자세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직구 평균 시속이 148~149㎞다. 기본적으로 150㎞가 넘는 강속구 투수가 수두룩하다. 이런 공을 때리기 위해선 박병호도 국내와는 다른 대처가 필요하다. 빨리 '시동'을 걸거나, 불필요한 동작을 줄여 타이밍을 맞힐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파워다. '뒷스윙은 작게, 앞스윙은 크게'가 타격의 정석이라고 하지만, 정작 장타가 뚝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올 시즌 초반 경험한 부분이기도 한데, 사실 7년차 FA를 앞둔 그는 이런 폼을 캠프에서부터 준비했다. 다가올 메이저리그 진출해 대비한 것. 하지만 5월 초까지 기대했던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예전이면 넘어갔을 타구가 워닝트랙에서 잡히기 일쑤였다. 여기에는 상대 배터리가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펼친 이유도 있었고 수정된 타격폼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그는 뒷스윙을 점차 크게 가져가며 예전의 스윙으로 돌아갔다. 코칭스태프도 예전처럼 타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터였다. 결과는 KBO리그 사상 첫 2년 50홈런. 6월부터 빠르게 홈런 개수를 늘려가며 새로운 업적을 썼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감탄할 만한 엄청난 대포를 거푸 폭발했다. 이에 몇몇 구단은 그의 파워를 메이저리그 최상급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
그렇다면 미네소타에서의 첫 시즌. 박병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다시 한번 빠른 공 대처를 위한 타격폼 수정을 할까. 아니면 기존의 것을 밀어붙일까. 일단 그는 현재 목동구장으로 출근해 몸을 만들고 있다. 미네소타 구단 캠프가 차려지기 전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