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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길렌워터 의존증에 발목잡힌 창원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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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농구가 3쿼터까지만 진행된다면? 최하위에 처져있는 창원 LG 세이커스가 중위권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4쿼터만 되면 악몽이 엄습한다. 창원 LG는 2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시즌 KCC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전에서 3쿼터까지 61-52로 앞서다가 4쿼터에 또 맥없이 무너졌다. 마지막 쿼터에 무려 30점을 내주고 75대82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번 시즌들어 자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뒷심 부족이고 경기 후반 집중력 실종인데, 에이스인 트로이 길렌워터(27)에 대한 과도한 의존증도 문제다.

'득점 머신' 길렌워터는 22일 현재 경기당 평균 26.81점을 넣어 득점 1위, 9.53리바운드로 이 부문 5위에 랭크돼 있다. 수비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해도 매경기에 점수를 쏟아내며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길렌워터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22일 현재 팀 전체 득점의 33.89%(팀 2532득점-개인 858득점)가 길렌워터에게서 나왔다.

최근 경기를 보면 편중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최근 10경기에서 총 310득점-평균 31점을 찍었는데, 팀 득점의 38.85%에 이른다. 길렌워터는 22일 서울 SK전에서 전체 득점의 46.67%, 19일 울산 모비스 피버스전에서 41.98%, 17일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전에서 40.23%를 차지했다.

길렌워터에 모든 게 집중되다보니 공격 루트가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상대의 집중견제가 따른다. 김 진 창원 LG 감독은 22일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과감한 플레이를 주문했다. 김 감독은 다른 선수들이 4쿼터 고비 상황에서 지나치게 길렌워터에 의존하려고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4쿼터에는 다들 길렌워터만 바라본다. 자꾸 길렌워터에게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렌워터가 가장 확률 높은 득점원임은 분명하다. 22일 서울 SK전에서 그는 72-75로 뒤진 4쿼터 막판에 동점 3점슛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무리 리그 최고 선수라고 해도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기는 어렵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길렌워터만 찾다보니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게 되고, 힘은 힘대로 들면서 오히려 상대에 압박을 당한다"고 했다. 자신감 부족이 길렌워터 의존증을 심화시켰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계속해서 되풀이 되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코칭스태프에도 책임이 있다. 특정 선수의 고군분투만으로 시즌 내내 버티기는 어렵다.

과도한 집중에 따른 체력 부담도 문제다. 단신 외국인 선수, 팀 동료가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체력 안배가 이뤄져야 경기 막판에 더 집중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소속이던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22분30초 출전한 길렌워터는 이번 시즌에는 33분54초를 뛰었다. 30분 넘게 출전해 30득점 이상을 기록하고도 팀이 역전패를 당한다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