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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과 블래터 그리고 플라티니, 차기 FIFA 회장 선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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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개혁파'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FIFA 명예부회장은 꿈을 펴지 못했다.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냈지만 10월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6년간 축구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며 날개가 꺾였다. 조사 비협조, 윤리적 태도 등 옹색한 사유를 내걸었다.

정 회장은 여전히 악몽이다. 최근 'FIFA, 어떻게 해야 하나?' 제하의 글에서 다시 한번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윤리위는 나에 대한 제재 결정 이후 외부의 심판기관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는 것을 교묘하게 막고 있다. CAS 제소를 위해서는 FIFA내 항소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하는데 항소의 필수 요건인 판결문을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보내지 않고 있다. 공정한 법질서는 물론 기본적인 상식마저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블래터의 그늘에서 권력의 맛을 즐기다 이제는 숙주였던 블래터를 몰아내고 주인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FIFA의 근본적 개혁은 요원하다. 극악무도한 독재정권의 하수인이었던 수사기관이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에 마치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활개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번 FIFA 회장 선거에서 최대의 피해자로 인식되고 있다.

정 회장과 대립한 제프 블래터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도 철퇴를 맞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에 윤리위의 칼은 얼마전까지 한솥밥을 먹은 '제 식구'에게 향했다. 일종의 '팽'이었다. 윤리위는 21일(이하 한국시각) 2011년 블래터 회장이 플라티니 회장에게 FIFA 자금 200만스위스프랑(약 24억원)을 지급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8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블래터 회장과 플라티니 회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FIFA 윤리위의 결정에 맞서겠다고 했다. CAS 제소는 기본이고, 법적 싸움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가 밝지 않다. 플라티니 회장의 경우 90일 임시 징계를 받았을 때만 해도 FIFA 회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열려있는 듯 했다. 그는 차기 회장 1순위로 꼽힐 정도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징계로 '축구 대권' 꿈도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제 관심은 안갯속의 차기 FIFA 회장 선거다. FIFA 회장 선거는 내년 2월 26일 총회에서 결정된다. 플라티니 회장의 낙마로 후보는 5명으로 줄었다.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바레인의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프랑스의 제롬 샹파뉴 전 FIFA 국제국장, UEFA 사무총장인 스위스 출신 지아니 인판티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토쿄 세콸레 FIFA 반인종차별위원회 위원이다.

알리 왕자는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 회장과 한 차례 격돌한 바 있다. 그는 블래터 회장과의 대결에서 1차 투표에서 73대133으로 패한 뒤 기권했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또 다르다. 알리 왕자는 당시 '반 블래터 진영'의 단일후보였다.

현재는 셰이클 살만 회장이 유력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FIFA 회장은 209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이 최다인 54표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UEFA와 AFC의 회원국이 각각 53표와 46표를 행사한다. 북중미카리브해연맹(CONCACAF)은 35표,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은 11표,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10표를 갖고 있다. 셰이크 살만 회장은 AFC 회장이라는 프리미엄이 있다. 퇴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블래터 회장, 플라티니 회장과도 관계가 나쁘지 않다. 셰이크 살만 회장은 5월 FIFA 회장 선거에선 블래터 회장, 사임을 발표한 7월에는 플라티니 회장을 공개 지지했다.

인판티노 사무총장도 UEFA를 앞세워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플라티니의 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샹파뉴 국장과 세콸레 위원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FIFA가 격동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권력의 물결도 요동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