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순위표를 보면 중위권 그룹의 약진이 거세다. 그 중 삼성은 독보적이다. 5연승이다.
KGC와 공동 3위. 4강 플레이오프 직행 마지노선인 2위 오리온과의 승차는 불과 2게임 차다.
상승세가 거침없다. 오리온과 LG, SK까지는 잡을 수 있다. 헤인즈가 빠진 오리온과 한창 전력을 정비하고 있는 SK와 LG는 약팀이다. 3연승 이후 맞대결 23연패를 기록하던 모비스를 잡아냈다. 73대72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리카르도 포웰이 가세,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던 전자랜드를 95대79, 16점 차로 완파했다.
하나의 강력한 전력 변화 요소가 있다. 외국인 선수 에릭 와이즈다.
그동안 삼성은 정통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가드 론 하워드로 경기를 운영했다. 20순위로 뽑힌 하워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가드진에서 안정적인 패스공급을 해주지 못했고, 오히려 팀 밸런스를 흐트러뜨리는 부작용을 만들었다.
그리고 언더 사이즈 빅맨 에릭 와이즈를 데려왔다.
4경기동안 기록 자체는 그렇게 강렬하지 않다. 21분15초를 뛰면서 평균 8.75득점, 4.5리바운드, 1.3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에릭 와이즈는 삼성의 전력을 강하게 만들었을까. 삼성의 시스템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삼성은 골밑이 강한 팀이다. 라틀리프와 김준일이 골밑에서 더블 포스트를 이루고 있다. 유기적인 '하이-로 게임'을 펼치진 못한다. 두 선수 모두 패싱능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파워와 리바운드 장악능력은 매우 좋다. 여기에 문태영까지 가세하면서 삼성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높이를 지닌 팀 중 하나가 됐다.
문제는 연속성이다. 40분 내내 이런 전투력을 유지할 수 없다. 삼성은 골밑의 우세로 가드진의 약점까지 메워야 하는 숙제가 있는 팀이다. 40분 내내 포스트에서 경쟁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삼성의 경기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준일은 체력적인 부담감이 있다. 잔부상이 있고, 체력 자체가 그렇게 좋지 않다. 동갑내기 라이벌 이승현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이 체력에 따른 후반전 활동력이다.
올 시즌 그는 경기당 평균 27분35초를 뛰었다. 그런데 와이즈가 합류한 이후, 가장 많이 뛴 경기가 25분13초다. 전자랜드전에서는 18분59초에 그쳤다. 하지만 득점력이 줄지 않았다. SK, 전자랜드전에서 각각 16점을 넣었다. 즉, 적게 뛰면서도 경쟁력 자체는 더욱 세졌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2, 3쿼터에서 김준일이 코트에서 나올 경우에, 와이즈가 대체해 줄 수 있다. 김준일의 경우 체력적 부담감을 줄이면서, 코트 내에서 집중력이 더욱 좋아지는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
삼성 입장에서는 라틀리프, 와이즈, 김준일, 문태영을 고르게 쓰면서 골밑의 경쟁력을 40분 내내 안정감있게 유지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진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와이즈의 가장 좋은 부분은 영리하게 농구한다는 점이다. 수비와 리바운드를 바탕으로 하면서 팀에 맞게 공격을 보조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우수하다"고 했다.
확실히 5연승 동안 삼성의 경기력은 안정감이 돋보인다. 와이즈의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만들어낸 삼성의 상승세다. 리그 판도 역시 급격히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