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를 던지는 왼손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야구계 속설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비롯된 표현이지만,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통용된다. 굳이 강속구를 던지지 않더라도 일선 왼손투수라면 한번쯤 더 관심을 받는 게 현실이다. 희소성과 타자에 대한 상대적 유리함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팀은 왼손 투수 자원을 다양하게 확보해 여러 상황에 활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왼손 투수, 특히 1군 전력에 즉각 도움이 될 만한 선수들이 별로 많지 않아 늘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와중에 한화 이글스가 2016시즌 더욱 강력한 왼손 투수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을 듯 하다. 스토브리그를 통한 보강, 그리고 자체 재활 성공 등으로 왼손 자원이 꽤 확보됐기 때문이다.
올해 한화는 왼손 자원이 한정적이었다. 박정진과 권 혁이 사실상 대부분 경기를 책임졌다. 선발에서는 쉐인 유먼이 유일한 왼손 선발 요원이었다. 잠깐씩 스쳐간 왼손 불펜진이 없던건 아니었지만, 그리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인 선수는 없었다.
그러나 2016시즌에는 상당히 달라진 투수진 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국내 최고의 좌완 불펜인 정우람을 FA로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좌완 왕국' 건설이 시작됐다. 정우람의 한화 합류는 대단히 많은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박정진, 권 혁과 연계한 왼손 계투 3명의 콤비네이션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정우람은 마무리와 계투가 모두 가능하지만, 일단은 가장 취약점인 마무리를 전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박정진과 권 혁의 부담이 크게 사라진다. 탄력적이고 여유있는 불펜 운용이 가능하다. 쉬면서 나온다면 박정진과 권 혁 모두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올해의 아쉬운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군제대와 부상 회복 등으로 가세한 좌완 전력이 꽤 많다. 지난 9월 상무 제대후 팀에 합류하자마자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낸 김용주는 팀내에서 희박한 좌완 선발 요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부상에서 회복한 송창현과 김경태 등도 지난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부터 김성근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올시즌 중 KIA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임준섭 역시 부상에서 이제 거의 다 회복된 상태다. 임준섭은 롱릴리프 뿐만 아니라 선발 경험도 있어 내년 시즌 활용폭이 넓다. 김성근 감독은 "왼손 투수 자원이 조금 늘어났는데, 전력에 어떤 식으로 보탬이 될 지는 캠프를 통해 두고 봐야 한다"면서 "하지만 올해보다는 조금 더 여유있는 투수 운용이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