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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득세속, 내년엔 200이닝 토종선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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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수가 주류가 돼 버린 국내 프로야구. 투구이닝도 외국인 투수가 독식해 가고 있다.

올해 투구이닝 부문 1~10위 가운데 국내 토종 투수는 삼성 윤성환, 두산 유희관, KIA 양현종 3명 뿐이었다. 외국인 투수가 7명으로 롯데 린드블럼과 NC 해커는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전통적으로 내구성과 스태미나에서 외국인 투수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투수들도 몸관리만 잘 한다면 그들 못지 않게 이닝 이터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

30여년전 장명부는 427⅓이닝으로 한 시즌 최다투구이닝 기록을 세웠고, 최동원은 1983년부터 1987년까지 5년 연속 200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물론 에이스 한 두 명에 의존하던 1980년대를 비할 바는 못된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도 토종 투수중에는 200이닝 이상을 거뜬히 소화한 선수가 있었다. 정민태, 이승호, 송진우, 임창용, 류현진 등이 2000년 이후 200이닝 이상을 기록했던 투수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토종 투수가 200이닝을 채운 것은 2007년 류현진(211이닝)이 마지막이다.

반면 외국인 투수들은 거의 매년 한 두 명씩 200이닝 투구를 기록했다. 2013년 LG 리즈, 2012년 넥센 나이트, 2007년 두산 리오스, 2006년 리오스, 2005년 리오스, 2004년 리오스와 두산 레스가 200이닝 클럽에 가입한 외국인 투수들이다. 리오스의 경우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 연속 200이닝을 던지며 철완을 과시했다. 리오스는 일본 진출 후 금지약볼 복용 사실이 드러나 퇴출됐다.

내년에는 과연 토종 투수 가운데 누가 200이닝을 던질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토종 200이닝 투수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인데, 이런 현상이 내년 시즌이라고 해서 바뀔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구단마다 거액을 들여 메이저리그서 명성을 쌓은 투수들을 영입하면서 국내 토종 선발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KIA가 데려온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은 이닝 이터로 상당한 기대를 받고 있다. 한화가 재계약에 성공한 에스밀 로저스도 전형적인 이닝 이터다. 게다가 NC 해커와 스튜어트, 롯데 린드블럼과 레일리, SK 켈리와 세든, LG 소사, kt 밴와트 등 6~7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외국인 투수들도 대거 재계약했다.

토종 선발 가운데 이닝 이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는 SK 김광현, KIA 양현종, 삼성 차우찬, 롯데 송승준, 두산 유희관과 장원준 정도다. 불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안을 보이는 선발을 길게 끌고가려는 감독들도 사라지고 있다. 국내 선발들의 위상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올해 144경기로 늘어났지만, 국내 투수들의 투구 이닝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이전 128경기 혹은 133경기를 치르던 시절 선발투수가 등판할 수 있는 경기수는 26~30경기였다. 144경기 체제에서는 에이스급 투수면 30~32경기까지 나올 수 있다. 올해 30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투수는 유희관, 장원준, 레일리, 린드블럼, 윤성환, 탈보트, 해커, 스틴슨, 양현종, 밴헤켄, 피어밴드, 루카스, 소사, 옥스프링 등 14명. 결국 선발로 등판해 평균 7이닝을 던질 수 있는 능력만 보유한다면 200이닝은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선발 평균 7이닝은 올해 한 명도 없었다.

30경기에 선발등판할 경우 평균 6.67이닝을 소화할 경우 200이닝을 채울 수 있다. 즉 매 등판 7회 2사까지 책임질 수만 있다면 200이닝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년에도 토종 선발은 김광현 유희관 양현종 장원준 차우찬, 그리고 마무리서 선발로 돌아온 KIA 윤석민 등의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이닝을 던지려면 조금의 부상도 없이 풀타임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는 체력을 비시즌 동안 준비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