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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으로 새 출발 홍명보 감독, 향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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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을 연 홍명보 감독(46)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뤼청(그린타운)의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19일 일본으로 날아갔다. 그는 2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3~4위전과 결승전을 관전했다. 3-4위전에선 광저우 헝다와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격돌했다. 중국 슈퍼리그는 물론 아시아 최강인 광저우 헝다는 내년 시즌 적으로 맞닥뜨려 할 상대다. '현장 학습'을 통해 중국 축구를 피부로 느꼈다. 바르셀로나(스페인)와 리베르 플라테(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21일 귀국하는 홍 감독의 키워드는 초심이다. 그의 이름 석자에는 태극마크가 선명하다. 현역 시절에는 무려 A매치 136경기에 출전했다.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에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화려하게 국가대표 생활을 마감했다. 사령탑도 줄곧 대표팀이었다. 20세 이하, 23세 이하를 거쳐 A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20여년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잘할 때도 있었고 못할 때도 있었지만 부담감을 가진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홍 감독이 걸어온 길이다.

2016년 홍 감독은 새 단추를 꿴다. 항저우를 통해 첫 프로팀을 이끈다. 대표팀과 달리 프로구단은 호흡이 길다. 1년간의 긴 시간이 그라운드에 투영된다. 홍 감독은 "신인의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코치진 구상도 시작됐다.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김태영 코치와 김봉수 골키퍼 코치가 최근 전남과 A대표팀에서 도중하차했다. '홍명보 사단'이 다시 뭉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홍 감독은 "새롭게 도전하는데 과거를 가지고 갈 생각은 없다. 지금 있는 중국인 코치, 팀을 잘 아는 코치진과 시작하겠다"며 섣부른 전망을 경계했다.

늘 그렇듯 홍 감독의 12월은 분주하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홍명보자선경기가 27일 오후 3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자선경기에 앞서 22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선 '제14회 홍명보장학재단 장학금 수여식'이 개최된다. 장학금 수여식을 통해 지금까지 선발된 장학생은 총 330명이다. 김진수 이종호 김민우 지소연 등이 대표적인 장학생 출신이다. 올해에도 그 여정이 이어진다. 유망주 34명에게 장학금과 축구용품을 후원한다.

올 연말에는 항저우의 밑그림을 함께 그려야 해 더 바쁘다. 홍 감독의 중심은 더 이상 '외부의 시선'이 아니다. 눈치볼 것도 없다. 첫째도 축구, 둘째도 축구다. 그는 "많은 분들이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동안 명예를 위해 축구를 하진 않았다. 과연 축구를 하며 내가 얼마나 많은 명예를 가졌나 싶다. 이번 일도 잘하고 좋아하는 축구를 위해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제는 선택할 때 나 자신이나 가족을 좀 더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항저우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대어를 낚는 다른 중국 팀들과는 달린 선진국형 유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홍 감독에게 팀을 맡긴 것도 구단의 미래를 위해서다. 홍 감독도 눈앞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위해서 더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지도자 인생의 2막이 시작됐다. '신인'으로 돌아간 홍 감독은 출발부터 향기가 다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