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2월 10일 생. 내년이면 만 41세가 되는 베테랑이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을 받는다. 40세를 넘어 현역생활을 이어가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긴하지만, 대부분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한 경우다. 히로시마 카프의 '간판 스타' 구로다 히로키(40)는 다른 팀의 스타 선수들과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구로다는 지난 주 히로시마 구단과 올해 연봉 4억엔에서 2억엔이 오른 6억엔에 연봉 재계약을 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일본 프로야구 최고연봉 선수가 됐다.
센트럴리그의 히로시마는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 중 재정이 가장 취약한 팀이다. 선수 연봉 총액이 적고, 인상률 또한 낮은 팀인데도 이례적으로 구로다에게 최고연봉 선수의 영예를 안겼다. 그만큼 구로다는 히로시마에 특별한 선수이다.
그동안 히로시마에서 재능을 꽃피운 선수들은 대부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한신 타이거즈,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히로시마가 줄 수 없는 두둑한 연봉을 찾아 떠났다. 그런데 구로다는 달랐다.
히로시마의 에이스로 역할을 하던 구로다는 2006년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었다. 히로시마 팬들은 에이스가 다른 팀으로 가는 걸 바라지 않았다.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었지만 1년 더 히로시마 유니폼을 입은 구로다는 2008년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거두는 등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뉴욕 양키스가 재계약을 제의했는데도 구로다는 메이저리그 잔류가 아닌 친정팀 복귀를 결정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히로시마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 히로시마와 연봉 4억엔 계약. 뉴욕 양키스가 제시했던 돈의 대략 5분1 수준이다.
구로다는 올 시즌이 끝나고 선수 은퇴를 고민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구단 최고위층이 "우리팀에 꼭 필요하다"고 만류에 나서면서 선수 생활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1선발 마에다 겐타가 현재 메이저리그 진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히로시마다. 내년에도 선발 투수로서 구로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팀의 구심점 역할,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구로다는 올시즌 26경기에 등판해 11승8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했다. 한 차례 완투까지 했다. 마에다(15승), 외국인 투수 존슨(14승)에 이어 팀 내 다승 3위에 자리했다.
내년이면 프로 데뷔 20년.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 통산 200승에 7승을 남겨놓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구로다가 일본 프로야구 최고연봉 선수가 된 소식을 전하며 "메이저리그에 있었다면 더 많은 돈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구로다는 계속해서 히로시마에서 뛰는 걸 열망했을 것이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