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국내 예금취급기관이 가계에 빌려준 대출액이 전달보다 12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이어서 미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내 금리 동향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10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의 가계대출 잔액은 792조4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1조8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한 달 동안 12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지목되지만 우선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데 기인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한국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18개 신흥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4%로 가장 높다고 밝혔다.
주택아파트담보대출금리비교 서비스 '모기지_맵'(www.mo-map.co.kr / 1544-7453) 관계자에 의하면 '부동산 관련 정책이 내집장만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전세난이 겹치면서 부동산 경기는 호황을 맞았지만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가계부채는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명한 부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쯤되자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주택아파트담보대출 '불 끄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 소득 심사를 한층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수도권에선 내년 2월, 비수도권에선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주택아파트담보대출구조를 처음부터 나눠 갚는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수도권은 내년 2월 1일, 비수도권은 내년 5월 2일부터 적용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담보능력 심사 위주였던 기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심사를 소득에 연계한 상환능력 심사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바뀌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았다. 한 마디로 차주의 '갚을 능력'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을 보면 은행은 우선 채무상환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모든 주택아파트담보대출 신청자를 상대로 소득을 면밀히 파악한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수도권은 최저생계비를 소득자료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으나, 최저생계비는 집단대출, 소액대출(3천만원 이하)에 한해 영업점장 관리하에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주택구입자금을 위한 대출은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갚는 방식(비거치식 분할상환)만 가능해진다. 원칙적으로 비거치식 분할상환이 적용되는 대상은 ▲신규 주택구입용 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또는 DTI가 60%를 넘는 대출(DTI가 30% 이하인 경우는 제외) ▲주택담보대출 담보물건이 신규대출 포함 3건 이상인 경우 ▲신고소득을 적용한 대출 등이다. 이런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대출은 예전과마찬가지로 만기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이나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여전히 할 수 있다.
또 대출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주택담보대출 예외 규정도 마련했다.
우선 재건축 아파트 등의 중도금 집단대출이나 불가피한 채무 인수, 일시적 2주택 처분 등 명확한 상환계획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된다. 아울러 의료비·학자금 등 불가피한 생활자금으로 본부 승인을 받은 경우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원칙에서 배제된다. 신규로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는 '상승가능금리(stressrate)'를 추가로 적용해 주택담보대출한도 산정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밖에 대출자의 총 금융부채 상환부담을 평가하기 위해 주택아파트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 등 다른 부채까지 대출심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 금융권의 대출정보를 취합해 대출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출한다. DSR이 은행에서 판단하는 적정 수준(예: 80%)을 초과하는 아파트담보대출자에 대해서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사후관리대상으로 선정해 부실화를 예방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미 금리 인상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제로금리를 멈추고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FRB는 이날 만장일치로 단기 금리의 지표인 연방기금(FF) 금리의 유도 목표를 연 0~0.25%에서 0.25~0.5%로 끌어올렸다. 오는 2016년도 하반기까지 금리를 1.50% 선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로 인해 올해 분양시장 훈풍 여파로 황금기를 맞이했던 부동산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상당수 주택 등 부동산 구매자들이 대출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할 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2월 수도권부터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행되고 공급과잉에 대한 부담이맞물려 작용하면서 체감경기는 더욱 쌀쌀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오르면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이 대출 이자 부담이다. 미 금리가 인상되면 국내 금리 역시 시차를 두고 따라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김가현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국내 시장 금리가 올라 가계나 기업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예고'된 이후 시중금리는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10월 1.54%까지 떨어졌다가 11월에 1.57%, 12월에 1.66%로 반등했다. 이에따라 코픽스에 가산금리를 붙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예열모드'로 전환됐다. KB국민은행은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의 평균 금리가 9월 2.81%에서 11월 2.84%로 올랐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2.77%에서 2.89%로, NH농협은행도 2.85%에서 2.9%로 상승했다.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시중금리 변동에 민감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올랐기 때문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11월 1.66%를 기록, 지난 10월(1.57%)보다 0.09%포인트 치솟았다. 이는 지난 1년 새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주택 아파트담보대출금리비교 사이트 '모기지_맵'(www.mo-map.co.kr / 1544-7453)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신규 아파트담보대출 대출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여러 예외사항을 둔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아파트 집단대출이나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빌리거나 대출목적이 단기인 경우 새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아파트담대출요건이 까다로워지면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주택아파트담보대출 받기가 어려워 부동산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기존 고금리 아파트담보대출을 유지중인 분들은 가급적 2월,5월 전에 갈아타기를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고, 매매를 계획중인 분들도 정책변경 전과 후의 조건을 비교해서 본인에게 적합한 아파트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낫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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