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이승미 기자] '삼시세끼'는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통틀어 한해 가장 사랑받았던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다.
프로그램 명 그대로 그냥 '삼시세끼 지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은 지난 해 10월 정선 편 첫 방송 이후 시청자의 마음을 단숨에 뺐었다. 이서진, 택연. 이 두 남자가 엉성하지만 알차게 밥상을 차려 먹는 모습에 열광했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조용한 강원도 산골에서 밥 한끼 해먹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는 '힐링'했다. '힐링'하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힐링'할 수 있는 '진짜 힐링' 프로그램이 된 거다. 이는 나영석 PD가 '삼시세끼'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감성이 완벽히 전달된 것. 나영석 PD는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나 '삼시세끼'가 지향했던 점에 대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다들 뭔가 바삐 하면서 살아야 되지 않나. 그런 분들께 무언갈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우리 프로그램이 리얼리티 쇼이긴 하지만, 사실 '삼시세끼'는 판타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는 게 요즘 같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을 일이니까"라고 말했다.
대리만족 예능인 '삼시세끼' 정선 편의 인기는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함께 한 어촌 편까지 이어졌다. 엉성했던 정선 편 멤버들과 달리 능숙한 솜씨로 밥상을 뚝딱 차려내는 '차주부'의 밥상은 정선의 밥상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줬고 프로그램의 인기는 치솟았다.
올해 방송된 비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차지한 장면이 '삼시세끼-어촌 편'에서 나온 것만 봐도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봄 방송된 어촌 편 시즌1 7화에서 차승원 손호준, 게스트 추성훈이 밥을 먹는 장면은 무려 시청률 16.187%를 기록했다.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삼시세끼' 정선 편의 스핀오프인 어촌 편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론칭할 때부터 기획된 시즌은 아니었다.
나 PD는 "처음 프로그램을 론칭할 때는 이 프로그램부터 잘 될지 안 될지를 모르는 데 어떻게 스핀오프까지 염두했겠냐"고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어촌 편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나영석 PD는 어촌 편의 시작은 사석에서 우연히 성사된 차승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선 편 촬영을 하고 나서 사석에서 차승원 씨와 만나 식사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 차승원 씨와 대화를 하니 '이 사람과 '삼시세끼'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나 PD는 차승원을 '아줌마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겉모습은 굉장히 남성스럽고 카리스마 넘치는 데, 실제로 대화해보면 어찌나 수다스러운지 아줌마가 따로 없다. 패션이나 멋진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 같은 겉모습을 하고서 마트를 갔는데 뭐가 싸더라, 딸 학교 학부형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나 이런 얘기만 한다"며 "그리고 자기 입으로 요리를 굉장히 잘 한 다더라. 지금까지 봤던 사람 중에 자기 입으로 요리 잘 한다고 하고 진짜 잘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실 요리 솜씨도 크게 기대를 안했었는데, 진짜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삼시세끼'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정선 편의 이서진, 택연, 김광규와 어촌 편의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함께 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시청자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나 PD는 "정선 편과 어촌 편 멤버가 모두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 방송을 하고 나면 왠지 다 끝내야 하는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랜드 피날레 같은 느낌이랄까? 다시는 영영 '삼시세끼'를 못할 것 같은 느낌이다"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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