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2015년 최대 장점이 퇴색되었습니다. 불펜 필승조가 무너졌습니다. 마무리 봉중근을 비롯해 이동현, 신재웅, 유원상, 정찬헌이 모두 2014년에 비해 부진했습니다. 정찬헌은 6월 음주 운전 사고로 시즌 아웃되었습니다. 7월 신재웅과 트레이드된 진해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김지용, 최동환, 이승현 등 젊은 투수들이 가능성을 보였지만 필승조에 소속될 만큼의 안정성은 보이지 못했습니다.
필승조가 붕괴된 가운데 유일하게 제몫을 해낸 투수는 윤지웅이었습니다. 정규 시즌 내내 1군 엔트리에서 머물며 144경기의 절반이 훌쩍 넘는 78경기에 출전했습니다. 개막전인 3월 28일 광주 KIA전부터 최종전인 10월 6일 광주 KIA전까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팀 내 1위, 리그 공동 2위에 해당하는 많은 등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을 제외하면 큰 기복 없이 한 시즌을 치러냈습니다. 꾸준한 자기관리가 돋보였습니다.
윤지웅은 3승 1패 12홀드를 기록했습니다. 두 자릿수 홀드는 처음입니다. 62이닝을 던진 것도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이닝 소화입니다.
평균자책점은 3.77을 기록했습니다. LG의 필승조에 속한 불펜 투수 중 유일한 3점대 평균자책점이었습니다. 세부 지표는 보다 인상적입니다. 피안타율은 0.211,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는 1.03로 낮았습니다. 주자가 없는 경우 피안타율은 0.222였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0.193, 득점권 상황에서는 0.196로 위기에서 보다 강한 집중력을 과시했습니다. 17개의 볼넷을 내주는 동안 54개의 삼진을 뽑아낸 안정적인 제구력이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약점도 보완했습니다. 2014시즌만 해도 윤지웅은 좌타자에 약했던 좌완 투수였습니다. 피안타율이 우타자 상대로 0.212로 낮았지만 좌타자 상대로는 0.319로 높았습니다. 하지만 2015시즌에는 우타자 상대 0.210, 좌타자 상대 0.211로 편차 없이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즌 후반에는 좌타자만을 상대로 짧게 등판하는 것이 아니라 우타자를 포함해 1이닝 이상을 맡는 경기가 증가했습니다. 벤치에서 윤지웅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내년 시즌 윤지웅의 활용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의 성격도 포함되었습니다.
한 시즌을 치르며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화려한 기량을 뽐내는 대형 스타의 존재감은 필수불가결입니다. 하지만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 또한 필요합니다. 후자와 같은 선수가 많을수록 팀은 더욱 단단해지기 마련입니다. 2015시즌 LG의 숨은 MVP로 윤지웅을 꼽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