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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강한 메리트, 착한 메리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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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O리그의 화두로 떠오른 게 자생력 키우기, 운영 비용의 합리화, 투자 대비 효율성이다. FA(자유계약선수) 몸값 거품을 걱정하는 얘기가 나온지 오래인데, 올해처럼 한숨이 깊고 목소리가 높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곳저곳에서 '한계상황'을 말하고 '공멸'을 우려한다. 구단에 따라 온도차가 있어도 '비용 줄이기'에 관한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

최근 열린 KBO 윈터미팅에서 구단 단장들이 '메리트(승리수당)' 폐지를 얘기했다고 한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고발자에게 보상금 10억원을 주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한 구단 단장은 "해마다 비용 걱정을 하면서 나눴던 이야기인데, '논의 수준'으로 봐야하는 지 모르겠다. 메리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른 팀이 모두 하니까 우리도 하는 것이다"고 했다. 어쨌든 '비용 줄이기' 차원 혹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메리트 폐지 논의가 계속해서 이뤄질 것 같다.

기본적으로 메리트는 부정적인 인상을 풍긴다. 프로 선수가 성과를 내면 이에 따른 보상은 연봉에 반영하면 된다. 강력한 동기를 부여를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면, 옵션을 걸고 시즌 종료 후 따져보면 된다.

구단 관계자들은 메리트가 같은 팀의 선수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하다. 메리트 금액 배분을 놓고 선수단 내 불협화음이 나올 때가 있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될 수밖에 없다. 금액, 조건, 횟수를 놓고 다른 팀과 비교하면서 소속 구단에 불만을 토로하는 선수도 나온다.

메리트는 승리를 전제로 한 '당근'이다. 연패중일 때나, 라이벌전,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경기 때 액수가 올라간다. 매경기에 돈을 걸기고 하고, 3연전 기준, 월간 성적 등 다양한 조건하에 진행된다. 성적을 내지 못한 팀 선수는 혜택을 보기 어렵다. 이런 팀에서 주로 불만이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이 요청할 때가 있고, 프런트가 먼저 나설 때가 있다. 승리한 모든 경기에 메리트를 진행하는 팀도 있다. 구단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 6~7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보다 2배 넘게 베팅을 하는 팀도 있다고 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 전체 운영비로 보면 메리트 총액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 돈이 문제라 아니라 선수들이 메리트를 당연시하면서 효과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단기 성과에 따른 '선물'로 보지않고 당연히 받아야하는 돈으로 보는 게 문제라는 설명이다. 메리트는 중독성이 있다. 액수는 계속해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일부 팀은 1군 엔트리에 포함된 전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보통 홈런, 안타, 볼넷, 사구 등 선수별로 메리트를 거는데, 출전하지 않고 벤치에서 대기만 해도 일정 금액이 지급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출전 기회가 적은 젊은 선수, 저연봉 선수, 1~2군을 오르내리는 선수들에게 이런 식의 메리트가 동기부여가 된다. 선수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한해 2000만원 이상을 챙겨가는 선수도 있다고 한다. 선수들과 별개로 코칭스태프를 따로 진행하기도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