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퐁당퐁당LOVE', 로맨스에 퐁당 빠졌다가 공감에 더욱 빠져든다.
MBC 창사기념 특집드라마 '퐁당퐁당LOVE'의 집필과 연출을 맡은 김지현 PD가 드라마 기획 의도와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퐁당퐁당 LOVE'는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현실을 뛰어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바치는 공감과 파이팅의 드라마로 '타임 슬립'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비오는 날이면 어디든 갈수 있는 고3 소녀 단비(김슬기)와 조선시대 왕 이도(윤두준)의 성장 로맨스다. 2014 드라마페스티벌 '원녀일기'에서 신선한 소재와 연출력을 바탕으로 호평을 얻은 김지현 PD가 다시 한 번 집필과 연출을 모두 맡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퐁당퐁당LOVE' 1부는 심야시간대 방송에도 불구하고, 3.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재미있다", "배우들 열연이 빛났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심야시간 편성이 아쉽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과거에서 현대로, 혹은 현대에서 과거로 이동하는 타임슬립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적지 않다. 김지현 PD 또한 "기존에 타임슬림을 다룬 작품이 많아서 특별한 소재를 가지고 접근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PD는 어떻게 '퐁당퐁당LOVE'를 기획하게 됐을까. 김 PD는 "모교에 특강을 간 적이 있는데 '수학을 못해서 좋은 대학을 못 갈 것 같은데 드라마 PD 꿈을 꿔도 되냐'는 질문을 받았다"라고 말문을 연 뒤 "말문이 턱 막혔다. 돌아서서 가는 길에 비가 많이 내렸다. 그 친구한테 그 고민이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어린 시절에 수학을 잘 못해서 가슴을 졸였는데,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라고 말했다.
김 PD "그러다 저 역시 하루 하루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수능을 앞둔, 세상의 평가를 앞둔 사람처럼 세상에서 저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마음 졸이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라며 "어쩌면 '퐁당퐁당LOVE'도 제가 푼 드라마를 제출한 거다. 모두가 수능장 앞에 선 아이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구나. 비단 고3의 고민만이 아니라 나의 고민,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겠다. 그게 잘 드러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퐁당퐁당LOVE'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미래에 대한 불안, 학습된 무기력, 혹은 인정 욕구에 시달린다. 이는 요즘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빼다 박은, 그야말로 요즘 아이들이다. 이들이 만나 사랑하고 서로를 발견하게 되며, 자신의 삶이 진정 원하는 바에 대해 스스로 묻고 성장한다.
또한 '타임슬립 관련 참고한 작품이 있느냐'는 물음에 김 PD는 "물을 통해 타임슬립하는 작품이 있다는 것은 최근에 알았다"라며 "또 어린 시절에 이집트에 간 소녀에 관한 만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은 있다. 무의식중에 그런 작품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이어 "그렇다고 작품에 참고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세종 시절에 나인에게 귤을 준다거나, 유일하게 산학에 관심을 가진 왕이어서 장영실이나 인재들을 등용해서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했다거나, 조금 더 역사적인 부분에서 극적인 내용을 찾았던 것 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수학에 관심이 많은 조선의 왕을 표현하기 위해 세종대왕을 롤모델로 삼았다. 김 PD는 "역사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려던 것은 아니다. 수학을 못하는 애가 과거로가서 수학으로 최고가 된다는 발상이였다"라면서도 "그런데 역사적으로 부흥했던 것이 세종대왕 때였다. 노력했던 왕으로서 모습이나 문헌들이 있어서 매력이 있었다"라고 세종대왕을 롤모델로 삼은 이유를 말했다.
특히 김 PD는 "세종과 문종 중에서 고민 했다. 문종이 굉장히 미남이었다는 사료가 있더라"라며 "긴 호흡이고 캐릭터 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으면 문종을 했을텐데 단막극이고 캐릭터를 바로 설명해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세종을 하게 된 부분도 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어 "극적인 판타지면에서 자제를 하려고 했지만 왜곡의 지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며 "고지를 한다고 하는데, 이것으로 많은 고3 수험생들이 국사 공부를 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저 암기하지 않아도 공부가 되는 그런 이로움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수학포기자에서 조선 최고의 수학자로 등극하는 단비 역의김슬기와 총명하면서도 열정으로 가득한 왕 이도 역의 윤두준이 선보이는 멜로와 코믹 호흡이 빛을 발하고 있다. 캐릭터에 딱 맞는 캐스팅이었다는 호평을 얻고 있음은 물론, 달달한 로맨스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PD는 "대본 단계부터 김슬기 말투가 들렸다"라며 "'원녀일기' 때도 워낙 합이 좋았고 김슬기를 염두에 둔 대본이었기 때문에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김슬기의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요즘 아이라는 현대성이 매력인 것 같다. 덕분에 판타지임에도 공감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라고 칭찬했다.
윤두준에 대해서는 "이도는 아주 가상의 인물로 상상하면서 혼자 썼는데, 다 쓰고 나니까 제일 먼저 떠오른 배우였다"라며 "윤두준이 하면 다 잘하겠네 싶은 한편, 윤두준 씨한테 보지 못했던 모습이 대본에 있는데 보고 싶다는 연출적인 생각이 있어서 컨택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김슬기는 "단막극이고 스케줄 때문에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훌륭하게 소화하는 것을 보고 굉장한 프로라고 생각했다"라며 "잘생겼는데 그 못지 않게 성격도 좋아 감동을 받았다. 사람으로서도 배려를 많이 해 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라고 상대역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멜로물이라서 사전에도 친해지려 노력을 했는데 검색해 보니 '철벽남'으로 유명하시더라"라며 "두준오빠랑 좀 더 잘 지내보고 싶다는 의지 하에 촬영하기 전에 비스트 콘서트에 먼저 찾아가서 인사하고 '철벽치지 말아 달라'고 장난스레 부탁했다. 그런 식으로 노력하면서 많이 친해져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퐁당퐁당LOVE'는 MBC 최초 웹용과 지상파 방송용 작업을 분리해 제작된 드라마. 1부 방송 말미에는 3년째 가뭄이 일었던 조선에 소나기가 쏟아지고, 이도는 비가 내리면 미래로 돌아가겠다는 단비의 말을 기억하고 비를 맞으며 달려갔다. 단비는 떠나지 않았고, 이도는 단비의 손을 자신의 심장에 대고 그동안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며 그녀를 끌어 안아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했다. 2부는 오는 20일 밤 12시 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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