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응답하라 1988'을 보고 있으면 배가 고프다. '쿡방' '먹방'을 능가할 정도다.
tvN 금토극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방송된 후 온라인 게시판에는 "'응팔'보다가 야식 시켰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응답하라 1988'에서는 음식을 자주, 그리고 맛깔나게 화면에 담아낸다. '응팔'이 담아내는 음식이 더욱 의미가 있는 건 그 음식에는 1988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수와 이웃간의 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 '응팔'의 음식은 곧 정(情)이다.
'응팔'의 첫 에피소드에서도 부터 '음식'의 의미는 정(情)으로 통했다. 쌍문동 골목의 엄마들은 식사 시간만 되면 아이들에게 본인들의 만든 음식을 이웃집으로 '배달'시킨다. 불고기, 김치, 찌개, 카레 그 메뉴도 다양하다. 각 집이 각자 저녁 메뉴로 각자 다른 음식을 택했지만, 결국 밥상 위에는 같은 음식들이 올라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찌개와 김치, 달랑 두 가지의 반찬으로 숟가락을 들려던 최택(박보검)의 밥상 위에는 불고기부터 카레, 깍두기까지 어느 새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의 음식이 차려져 있다. 훌륭한 밥상을 차려줄 엄마와 아내가 없는 최택과 택의 아버지 최무성(최무성)은 이날도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화려한 밥상을 받게 됐다. 또한, 뇌졸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최무성은 매일 다른 음식을 병원으로 실어날라주는 쌍문동 아낙들 덕문에 '홀아비'의 설움을 느끼지 않고 병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쌍문동 사람들은 서로 음식을 배달해 줄 뿐만 아니라 함께 모여 먹으며 이웃 이상의 유대를 쌓는다. 쌍문동 아낙들은 골목 대청마루에서 오징어와 고구마를 안주 삼아 수시로 맥주를 들이키며 남편과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쌍문동 아이들은 시도때도 없이 자연스럽게 한 방에 모여 거침없이 통닭을 뜯고 복권 당첨으로 졸부가 된 김정환(류준열)네는 이 집의 가장 김성균(김성균)의 생일이라는 이유로, 집에 실한 굴비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이웃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함께 먹는다. 이런 음식에 담긴 정이야 말로 비빔국수 만들 듯 손으로 비비며 만든 라미란의 스파게티가 그 어떤 파스타보다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했던 이유다.
▶ 혜리·안재홍, NEW '먹방 스타'라고 전해라~
'응팔 애청자'의 침샘을 가장 자극 시키는 인물은 '먹방' 담당인 성덕선(혜리)과 김정봉(안재홍)이다. 앞서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멤버 유라를 응원하기 위해 잠시 등장해 작은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폭풍 짜장면 먹방'을 보여주며 모두를 놀라게 했던 혜리의 '먹는 솜씨'는 '응팔'에서도 빛난다.
치킨을 뜯고 쉴 새 없이 소고기를 씹는 성덕선의 야무진 손은 보는 이의 식욕을 자극 시키기 충분하다. 성덕선의 먹방은 중국에서도 계속됐다. 형태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오리의 머리를 뜨는 모습은 성덕선을 연기하는 혜리가 '걸그룹 멤버'라는 사실 마저 잊게 한다.
성덕선의 먹방에는 엄마 이일화의 '큰 손'도 한 몫 한다. 없는 살림이지만 매 식사 때만큼은 가족들을 배불리 먹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밥상에 그대로 드러난다. 밥은 항상 고봉밥, 쌈 채소는 밥상 가득 쌓여있다. 꼬막무침을 했다하면 한 바가지 가득이고 감자를 쪘다하면 20개는 족히 넘게 쪄버린다. 딸 성덕선이 잘 먹을 수 밖에 없는 아이가 된 데에는 엄마의 역할이 컸다.
졸부집 큰 아들 김정봉의 먹방은 수준이 다르다. 숟가락을 스팸을 퍼먹으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는 보는 이들도 감격스울 정도. 케익 한 조각을 한 입에 집어넣는 건 일도 아니고, 마요네즈와 설탕을 잔뜩 비빈 밥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먹는 진정한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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