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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오승환의 침몰, 후배들 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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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삼성구단은 한국시리즈 직전 해외 원정도박 의혹이 있는 선수 3명(윤성환 임창용 안지만)을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당시 김인 전 삼성라이온즈 사장은 선수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선수들이 억울해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도 않은 혐의에 대한 억울함인지, 아니면 남들도 다 하는데 자신들만 운 나쁘게 걸려 조사를 받게돼 억울한 지 알길은 없었다.

임창용은 검찰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한 뒤 사실상 방출됐다.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마카오 카지노에서 칩(카지노에선 돈으로 통용)을 수억원 빌리긴 빌렸지만 베팅은 일부(수천만원)만 했다고 했다. 지난 9일 오승환도 검찰조사에서 임창용의 말을 복사기처럼 반복했다. 처음엔 마카오에 같이 간 적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마카오엔 갔지만 호텔에서 휴식하다 왔다→수억원을 빌렸지만 수천만원만 베팅 했다'로 말이 계속 바뀌었다.

야구판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이들 말고도 일부 선수들이 해외 원정도박을 했다는 얘기다. 어린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선배들의 소개로, 재미로 했다가 꽤 많은 돈을 잃은 이도 있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본 전지훈련 여가시간에 즐기던 파친코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잃는 경우가 있어 일부 팀들은 제한을 하기도 했다. 몇몇 선수들은 여기서 더 발전해 카지노도 비시즌 놀이 정도로 여긴다. 불법에 대한 무감각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임창용과 오승환은 선수로서의 영광과 모든 것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한미일 어느 리그도 범죄자를 선뜻 영입할 팀은 없다. 야구선수는 연예인들과는 또 다르다. 연예인들은 자숙의 시간을 가지면 어느정도 방송출연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야구는 팀의 일원이 돼야 한다. 구단, 나아가 모기업 이미지와도 직결된다. 아무리 능력있는 선수라해도 흠결있는 이에게 유니폼을 건넬 간 큰 프런트는 없다.

선수들이 착각하기 쉬운 부분은 1억원, 10억원이 갖는 의미다. FA대박을 터뜨린 NC박석민(4년간 96억원)은 올해 성적기준으로 안타 1개당 1670만원, 한화 정우람(4년 84억원)은 볼 하나당 180만원을 받게 됐다. 아무리 대단한 노동이라 해도 볼하나 던지는데 수백만원을 받을 순 없다. 이 돈은 선수들의 순수 노동대가가 아닌 이미지와 마케팅, 상품성의 대가다. 같은 볼을 던져도 2군에선 수만원을 받고, 사회인야구에선 아예 돈을 받지 못한다.

프로선수, 특히 스타선수에게 큰 돈을 주는 이유는 이처럼 복합적이다. 이 때문에 잘못을 할 경우 모든 것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팬들의 기대와 사랑이 만든 선수로서의 상품성이 한순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오승환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은 개인별로 향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이 있기에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겠지만 선수로의 명예회복은 그 시기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

FA 대박이 트렌드가 되면서 어린 선수들의 생활 패턴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처럼 술 담배를 많이 하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알아서 훈련하고 야구에 매달린다. 야구만 잘하면 인생이 바뀌기 때문이다. 일일이 말해줄 필요가 없다. 보면서 배운다.

불행하지만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도박 사건뿐만 아니라 승부조작, 음주운전, 폭행시비 등 야구선수들이 연루될 수 있는 잘못들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다. 젊고, 돈 많고, 주위에 사람이 많이 '꼬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선수로 살아가려면 사회규범을 벗어나면 안된다. 그 대가로 부와 명예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