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한해였다.
하지만 계속 웃을 수는 없다. 진정한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2016년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이 열리는 해다. 내년 8월부터 시작된다. 2차예선을 통과한 아시아의 강호 12팀을 2조로 나눠 혈전을 펼친다. 4.5장의 티켓을 두고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과 한국축구의 운명이 걸려 있다.슈틸리케 감독은 8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 '걱정말아요, 한국 축구'에서 긴장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보였다. "올해 단 한번 밖에 지지 않았다. 팬들의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지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찾아올 수 있다. 분명 내년은 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다. 높은 수준의 팀을 상대로 올해 좋았던 흐름을 이어가는게 중요하다."
2016년의 전략은 변화 보다는 올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존의 체제를 더 공고히 하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해 보여준 기록들을 바탕으로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이 생겼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2016년 강팀들을 상대할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내년에도 울해와 같은 철학, 정신력을 가져가야 한다. 누구를 상대해도 방식이 달라져서는 안된다. 강팀을 상대로 우리의 방식을 바꾸거나 포기하면 안된다"고 했다. 동시에 젊은 선수들은 한단계 성장시키고 싶다고 했다. 이재성의 예를 들었다. 그는 "이재성은 많은 활동량과 적극적인 플레이를 장점으로 한다. 하지만 그가 뛰는 포지션은 공격포인트로 판단해야 한다. 이제 이재성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고민도 있었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과 같은 일부 유럽파들은 소속팀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간 '경기 출전=선발'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종예선 같은 큰 무대에서 유럽파들의 기량과 경험은 무시하기 어렵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유럽파 선발 여부라는 딜레마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 이순간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며 "그때그때마다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다. 유럽리그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와 K리그에서 매 경기 뛰는 선수가 있다. 매 경기 K리그에서 뛰어도 대표팀을 한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경기에 못뛰는 유럽파들을 뽑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출전시간이 부족한 유럽파들과 면담을 통해 동기부여를 높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과 면담을 했다. 그에게 '경기 출전시간이 적은데도 선발됐고, 경기까지 출전했다면, 대표팀에서 뛸 자격을 보여주기 위해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감독도 힘들다고 했다. 이를 통해 동기부여를 시키고 있다. 결국에는 팀이 잘되기 위한 일"이라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6년도 광폭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현장을 돌아다니며 이정협(부산) 권창훈(수원) 등과 같은 흙속에 진주를 찾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3월 K리그가 시작되면 올해처럼 열심히 경기를 보러다닐 것이다. 그래야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재능있고 실력있는 선수가 있다면 언제든 선발할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의 젖줄이 될 K리그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학원축구의 병폐, 비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구단 운영진, K리그 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외국인선수, 열악한 경기장 상태, 불완전한 승강 시스템, 여전히 부족한 관중 등에 대해 꼬집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모든 상황이 복합적으로 벌어져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 삼성이 수원에서 물러나거나, 현대자동차가 전북을 포기하거나, 성남시가 성남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고민이 많아진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변의 아시아국가와의 비교보다는 세계의 흐름을 꾸준히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제도적, 문화적 차이를 연구해서 어떻게 K리그만의 것으로 만들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을 '큰 만족감'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했다.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에게는 한 단어로 '고맙다'고 표현했다. 과연 2016년 12월 슈틸리케는 2016년을 어떻게 정의할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