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가 기적 같은 승격 드라마를 썼다.
수원FC는 5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2015년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수원FC는 1,2차전 합계 3대0으로 K리그 클래식(1부리그)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수원FC는 4위 서울 이랜드와의 준플레이오프(3대3 무·무승부 시 정규리그 상위팀 진출)와 2위 대구와의 플레이오프(2대1승)를 파죽지세로 넘으며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마침내 최고의 무대에 올랐다. 내셔널리그에서 2013년 출범과 함께 챌린지 무대로 옮긴 수원FC는 사상 첫 내셔널리그 출신 클래식 승격팀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수원FC의 승격으로 K리그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진정한 '더비'의 시대가 개막했다. 경마에서 유래된 '더비(Derby)'는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한다. 맨유와 맨시티의 맨체스터 더비, 아스널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 AC밀란과 인터밀란의 밀라노 더비, 셀틱과 레인저스의 글래스고 더비 등이 세계 최고의 더비로 꼽힌다. 라이벌이 펼치는 치열한 더비 경기는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고, 팬들의 관심을 유발시킨다.
아쉽게도 K리그에 진정한 의미의 더비는 없었다.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전인 '슈퍼매치'가 국제축구연맹(FIFA)가 인정한 '세계 7대 더비'로 불리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더비는 아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 같은 라이벌전에 가깝다. 1996년 서울을 연고로 하던 일화, 유공, LG가 각각 천안, 부천, 안양으로 연고지를 바꾸면서 K리그에는 한 도시에 두개의 클럽이 존재하지 않았다. 수원FC의 승격으로 마침내 진짜 더비가 완성됐다. 수원시는 연고제도가 장착된 이래 최초로 수원FC와 수원 삼성, 2개의 1부리그 팀을 보유한 지자체가 됐다.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수원 더비, 그리고 K리그 클래식을 말 할 수 있을지 늘 의문이었다. 꿈은 모두가 꾸지만 우리가 그걸 이뤄낼 지 몰랐다"며 감격해 했다.
2016년 수원FC와 수원 삼성의 '수원 더비'는 K리그 스토리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 삼성이 홈으로 쓰는 수원월드컵경기장, 수원FC가 홈으로 쓰는 수원종합운동장은 자동차로 20분이 채 안 된다. 시민구단-기업구단, 승격팀-전통의 강호 등 '다윗' 수원FC와 '골리앗' 수원 삼성은 너무도 대조적이다. 수원 더비가 열리는 날은 수원 최고의 축제가 될 전망이다. 설마했던 '수원 더비'가 현실화되자 선수들도 기대되는 모양이다. 수원 삼성의 캡틴 염기훈은 "솔직히 말하면 같은 수원이 연고라는 점은 부담된다. 자연스레 라이벌이 형성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K리그 전체를 보면 분명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더비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경기력이 너무 한쪽으로 쏠려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FC가 클래식에서 어느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조 감독은 클래식 승격을 확정짓자마자 고민을 시작했다. 다음 시즌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승격의 핵심이었던 김재웅 임성택 김창훈이 군에 입대한다. 임대생 김종우도 원소속팀인 수원 삼성으로 복귀한다. 맹활약을 펼친 자파, 시시, 블라단 외국인 삼총사의 거취도 불투명하다. 이들은 국내외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감독도 "지금 전력이라면 클래식에서도 중위권까지는 갈 수 있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뛴 베스트일레븐 중 절반은 팀을 떠난다. 새로운 팀을 또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승격의 여운이 잠잠해지면 곧바로 새판짜기에 돌입한다. 수원FC는 외국인선수 잔류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실탄은 충분하다.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다음 시즌 경쟁력 확보를 위해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의회도 동의했다. 일단 시예산 7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외국인선수 잔류 외에도 필요한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해 적극적인 영입전에 나설 계획이다. 무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저비용 고효율' 정책은 계속된다. 이름값 보다 위력을 보인 조 감독식 공격축구에 녹아들 수 있는 선수 위주로 데려올 계획이다. 이들이 빠르게 적응할 경우 수원FC는 다음 시즌 클래식의 복병이 될 수도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