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승13패4홀드, 평균자책점 5.27.
올해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3명이 거둔 성적이다. 확실히 성공적인 시즌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인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해줬다면 시즌 막판까지 이어졌던 5강 싸움에서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퍼펙트 게임의 주인공 필립 험버(33)는 전반기 종료와 함께 퇴출됐다. 에이스 양현종과 함께 '원투 펀치' 역할을 기대했는데 12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7.75을 기록하고 떠났다. 구위가 위력적이지 못했고, 부상까지 겹쳐 전반기 중후반에는 주로 2군에 머물렀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험버를 대신해 합류한 에반 믹은 16경기에 나서 4승4홀드, 평균자책점 4.44을 찍었다. 입단 초기에 중간 투수로 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페이스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조쉬 스틴슨(27)이 세 투수 중 가장 좋았다. 32경기에 등판해 11승10패, 평균자책점 4.96. 험버보다 메이저리그 경력, 지명도가 떨어지는데 두 자릿수 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 또한 강력한 그 무엇이 부족했다.
특히 시즌 후반이 아쉬웠다. 스틴슨과 에반, 두 선수 모두 치열한 순위싸움이 펼쳐진 시즌 막판에 부상으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에반이 일찌감치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된 가운데, 스틴슨도 KIA 잔류에 실패했다. KIA는 더 강력한 투수가 필요했다.
지난 주 KIA는 헥터 노에시(28)와 지크 스프루일(26), 두 외국인 투수 영입을 발표했다. KIA 구단에 따르면 노에시와 170만달러, 스프루일과 70만달러에 계약했다.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거나, 어깨가 싱싱한 젊은 투수들이고,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50km가 넘는다. 최근 기록, 경력 등 스펙을 보면 올해 뛴 투수들보다 나아보인다. 노에시를 한화 이글스와 재계약한 에밀로 로저스 이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15승 이상이 가능하다는 예상도 있다. 이전보다 투자금액이 올라간 만큼 기대치도 높아졌다. 노에시의 170만달러는 물론 역대 타이거즈 외국인 선수 최고 몸값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록은 기록일뿐이고, 예상은 예상일뿐이다. 투수의 기록이 타자 기록보다 신뢰도가 높다고 해도 적응 문제가 뒤 따른다. 메이저리그와 다소 차이가 있는 스트라이크존, 타자들의 배팅 스타일을 이겨내야 한다.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27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12패)을 거둔 노에시는 올시즌 4패, 평균자책점 6.89에 그쳤다. 단순한 부진이라면 다행이지만 꺼림칙한 면이 있다.
지금까지 타이거즈의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거둔 한 시즌 최다승은 33승이다. 2002년 마크 키퍼가 19승, 다니엘 리오스가 14승을 기록하고 33승을 합작했다. 둘의 맹활약을 앞세운 KIA는 그해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 시즌에 나갔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2009년에도 외국인 투수의 힘이 컸다. 아킬리노 로페즈가 14승, 릭 구톰슨이 13승으로 27승을 쌓았다.
단일 시즌 최다승은 2002년 키퍼의 19승이고, 2004년 리오스가 17승으로 뒤를 잇는다. 2006년 세스 그레이싱어와 2009년 로페스, 2002년 리오스가 나란히 14승으로 공동 3위다.
KIA 팬들은 새 외국인 투수들에게 2002년과 2009년의 강력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양현종과 윤석민과 함께 외국인 투수들이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올해와 다른 타이거즈를 볼 수도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KIA 외국인 투수 다승 랭킹
순위=이름=연도=승=패=평균자책점
1=마크 키퍼=2002=19=9=3.34
2=다니엘 리오스=2004=17=8=2.87
3=세스 그레이싱어=2006=14=12=3.02
3=아킬리노 로페즈=2009=14=5=3.12
3=다니엘 리오스=2002=14=5=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