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중요한, 충격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흐르는 선율. 가뜩이나 무서운데 스산한 노래까지 더해지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스릴러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음악의 효과가 무서운 '마을'을 더욱 무섭게 만들었다.
지난 3일 마지막 방송을 마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 도현정 극본, 이용석 연출)이 강렬한 퇴장으로 호평을 받았다. 치밀하게 짜인 얼개와 이를 빛나게 한 탄탄한 연출, 구멍 없는 연기 등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시청자와 작별했다.
특히 시청자는 '마을'의 배경음악에 마음을 빼앗겼다. 극강의 공포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음악'이 큰 공을 세웠다는 것. 무엇보다 어릴 적 단짝과 함께 손뼉을 치며 신나게 불렀던 '신데렐라'가 세상에서 가장 섬짓하고 공포스러운 곡이 됐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전래 동요 '신데렐라'. '마을' 제작진은 '신데렐라'를 메인 테마곡으로 사용해 극의 분위기를 200% 끌어올렸다. '신데렐라' 이외에도 경기동북부 연쇄살인마의 시그니처인 '호두 소리' 역시 효과음으로는 최상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마을'의 음악을 지휘한 박세준 음악감독은 스포츠조선을 통해 "처음부터 이용석 PD와 도현정 작가가 '신데렐라' 동요를 리메이크하길 원했다. 처음에는 동요를 편곡해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적이 거의 없어 가능할까 싶었다. 그런데 가사를 빼고 선율만 넣어본 '신데렐라' 곡이 굉장히 무섭게 다가오더라. 바로 '이 곡이다'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각각의 캐릭터에 맡게 곡을 변주하기도 했다. 특히 한소윤(문근영)은 예쁘게 무서운 '신데렐라' 버전을 사용했고 범인으로 의심받는 사람들에겐 그냥 무서운 버전을 사용했다"며 사심 가득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박세준 음악감독은 "'마을'의 배경음악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 주변에서는 '노래 때문에 무서워서 드라마를 볼 수가 없다'라는 말만 200번 정도 들었던 것 같다. 특히 '신데렐라, 호두 소리 때문에 혼자 보기 무섭다'라는 말을 들을 때 너무 속상하더라. 나 때문에 시청률이 안 나왔나 싶어 우울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는 "실제로 '마을' 작업을 할 때 귀신을 많이 봐 '이거 대박이다'며 부푼 꿈을 꿨는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아무래도 표면적인 평가는 시청률이라 칭찬은 받지만 마음 놓고 기뻐할 수가 없다"고 씁쓸한 속내를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나는 원래 로맨틱 코미디가 전문이다. 기본적으로 흥이 많은 사람인데 스릴러를 만들려니 힘들기도 했다. 혹여 음악이 드라마를 망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으로 드라마를 이끄는 음악감독이 되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을'은 암매장되었던 시체가 발견되면서 평화가 깨진 마을인 아치아라의 비밀을 그린 드라마다. 문근영, 육성재, 신은경, 온주완, 장희진, 정성모, 김민재, 이열음, 안서현 등이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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