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신은경의 폭주가 안방극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도현정 극본, 이용석 연출)에서는 대광 목재소 남수만(김수현)이 김혜진(장희진)을 죽였다고 자백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언니 김혜진의 꿈을 꾼 한소윤(문근영)은 뱅이 아지매(정애리)가 준 대광목재의 보석함에 중요한 단서가 있으리라 추측했다. 자개 상자를 만들다 손톱이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한소윤은 박우재(육성재)와 한경사(김민재)를 찾아가 검사를 부탁했고 절실한 한소윤의 진심에 두 사람은 상자를 감식반에 보냈다. 그리고 감식 결과 상자에서 김혜진의 손톱이 나오면서 언니가 죽기 직전 대광목재를 찾았다는 점이 증명됐다. 경찰은 남씨를 긴급체포했고 남씨로부터 "김혜진은 내가 죽였다"라는 자백을 받게 됐다.
이렇듯 남씨는 김혜진을 죽인 범인으로 밝혀졌고 사건은 점차 해결되는 듯 보였다. 한소윤이 김혜진의 죽음을 들쑤시는 내내 불안해했던 윤지숙(신은경)도 안정을 찾았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남씨의 아내가 윤지숙에게 전화를 걸어 "내 남편이 다 뒤집어썼다. 더는 못 견뎌, 못 참겠어"라고 울부짖은 것. 남씨가 진짜 범인이 아님을 예고하며 또 한 번 사건을 흔들었다. 종영을 코앞에 둔 '마을'의 비장의 카드, 마지막 반전이었다.
특히 이날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인물은 김혜진의 생모 윤지숙이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임신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지만 시어머니 옥여사(김용림)가 윤지숙을 쫓아내려 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다. 광분한 윤지숙은 "살 날도 얼마 안 남은 양반이 왜 이러실까. 내가 어떻게 이 집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버텼는데"라며 옥여사를 붙잡고 발악했다. 분노가 극에 달한 윤지숙은 옥여사의 목을 조르려고 손을 뻗었고 이에 충격을 받은 옥여사는 뇌출혈로 즉사했다.
눈엣가시였던 시어머니 옥여사(김용림)가 죽자마자 곧바로 유품을 정리하는 등 이중성을 드러낸 윤지숙. 옥여사가 죽고 난 뒤 남편 서창권(정성모)으로부터 이혼서류를 받아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지만 이에 굴할 윤지숙이 아니었다.
이혼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나가는 서창권에게 윤지숙은 "노회장(노정탁)이 근래에 안 보인다. 듣기로는 야산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는데 왜 나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라며 서창권을 옥좼다. 서창권이 노회장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윤지숙이 이를 이용해 서창권의 이혼을 없던 일로 만들려던 것이었다. 여기에 "아직도 날 모르나? 나는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무조건 손에 넣어야 한다"고 섬뜩한 야욕을 드러냈다.
서창권의 기세를 한풀 꺾은 윤지숙은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딸 유나(안서연)를 알뜰살뜰 챙기며 '다정한 엄마'로 돌아왔다. 아치아라 마을의 사건들이 윤지숙의 바람대로 묻혔고 동생 강주희(장소연)는 이런 윤지숙을 향해 "언니는 좋겠다. 원하는 대로 다 이뤄서"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듯 아치아라의 괴물 윤지숙을 연기한 신은경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광기로 시청자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엔딩께 김혜진의 목을 조르는 윤지숙의 모습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공포를 자아냈다. 세상 둘도 없는 가여운 여자, 착한 엄마였다가도 이내 소름 돋는 광기를 드러내는 '미친 연기력'을 뽐냈다.
최근 전 소속사로부터 채무를 갚지 않았다며 민사소송을 당한 사건부터 1억원의 호화 여행 논란, 전 남자친구의 민사소송, 장애1급 아들 방치까지 온갖 구설에 휘말리면서 대중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는 신은경. 동시에 연기력만큼은 논란의 사생활과 달리 극찬세례를 받고 있다.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폭발적인 연기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
아픈 아들을 8년간 방치했다는 심은경과 친딸인 김혜진을 사지로 내몬 윤지숙의 기막힌 일치. 웃프게도 심은경은 '마을'에서 '인생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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