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검찰청 외사부(부산지검)가 프로스포츠 근간을 뒤흔드는 범행을 발본색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지검은 3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검 6층 소회의실에서 '프로축구단의 용병 몸값 부풀리기 및 심판매수 비리' 브리핑을 열고 수사를 통해 밝혀진 비리내용 및 문제점 등을 발표했다.
차맹기 공보담당관 2차장검사는 "그 동안 축구 팬들과 축구인들 사이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기량 미달 외국인선수 영입와 심판로비의 실태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비리는 국내 프로축구 수준을 저하시키는 부정행위임에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축구인들조차 한국 축구계 전체에 대한 신뢰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아니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프로축구를 응원하고 즐기는 많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임과 동시에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행인 만큼 향후에도 철저하고 엄정하게 관련 비리를 수사하여 발본색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지검은 2013년 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외국인 선수들의 계약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6억4000만원을 횡령하고,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4억2000만원을 횡령한 안종복 경남FC 전 대표이사(59)를 업무상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용병 계약금 부풀리기에 공모한 에이전트 박모씨(44)도 구속 기소됐다.
수사는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비리 첩보를 수집한 뒤 경남 사무실과 안 전 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검찰은 9월21일 에이전트 박모씨를 구속한데 이어 9월30일 안종복 전 사장을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9월21일 안 전 사장이 부산지법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절차에 출석하지 아니한 채 연락이 두절되자 자해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안 전 사장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 수사관을 서울로 급파해 119 구조대 등의 협조를 받아 한강에 투신하여 자살을 시도한 안 전 사장을 구조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한강 투신 과정에서 부상을 한 안 전 사장에게 10일간의 병원 입원치료 기회를 부여한 뒤 서울에서 부산까지 응급차로 신병을 호송하여 법원의 구속전 심문절차를 거쳐 구속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안 전 사장은 결국 비리내용을 시인했다. 검찰은 안 전 사장이 지역주민의 세금 등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인 경남의 운영자금을 대표이사가 주인없는 돈처럼 쌈짓돈 쓰듯이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대표이사 명의의 가지급금을 사용하고서 허위 영수증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이를 변제하지 아니하거나 신인 선수에게 지급한 계약금 중 일부를 돌려받고 에이전트와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단 자금을 횡령했다고 전했다.
2005년 7월 경남도민이 93억원을 출연해 창단된 경남은 매년 경남도로부터 30억원을 지원받고 지역 기업 광고료 및 관중 수입료 등 연간 예산 약 120억 원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이다. 이번 비리는 구단 자본이 잠식되어 은행 차입금으로 운영되는 적자경영 상태에서 발생한 범행이다. 검찰은 축구계에 영향력이 있는 대표이사가 오랜 기간 특정 에이전트를 통해서만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였고, 그 에이전트는 구단에서 지급한 계약금을 외국인 선수로부터 돌려받아 그 중 일부를 대표이사에게 상납하는 구조의 유착관계를 확인했다. 안 전 사장은 재임기간 총 6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 그 중 5명이 박모씨가 담당하는 동유럽 국가 선수였다.
안 전 사장은 외국인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받은 계약금 등을 되돌려주는데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전 소속팀보다 높은 연봉을 지급했다. 그 결과 구단은 ▶가공의 계약금 ▶실제보다 높은 연봉을 지급함으로써 외국인 선수에게 필요 이상의 과도한 예산을 사용한 부분이 드러났다. 경남은 몸값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고비용 저효율' 외국인 선수 영입에 거액을 지급하면서 경제적 손실과 경기력 저하를 초래했다. 이 외국인 선수들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였고, 그 중 3명은 기량 미달로 계약이 중도 해지됐다. 경남은 2013년 리그 11위로 간신히 챌린지(2부 리그) 강등을 면했다. 그러나 2014년 챌린지 리그로 강등됐는데 외국인 선수들의 미미한 활약이 저조한 성적의 한 원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지검은 K리그 비리 심판에 대해서도 칼을 뽑았다. 특정 구단에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수수한 K리그 전,현직 심판 4명을 입건했다. 이 중 최모씨(39)와 이모씨(36)를 구속 기소하고, 유모씨(41)와 류모씨(40)는 불구속기소했다.
심판 비리는 금품을 수수하지 않는 심판들은 처음부터 매수대상에서 제외된 채 일부 심판들에게 로비가 집중됐다. 검찰은 중요 경기마다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과 함께 매회 200 ~1000만원 가량의 금품을 지속적으로 수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주로 홈 경기나 중요 경기 전날 심판배정 상황을 확인한 구단 관계자가 심판 숙소 부근에서 해당 경기 주심을 만나, 현금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전달했다.
검찰은 승강 플레이오프 등 중요 경기에서는 평소보다 고액의 현금이 심판에게 지급되기도 하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프로축구연맹에선 경기 후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고 있지만 경기 중 주심의 판정이 우선 존중되므로 노골적인 명백한 오심이 아닌 한 편파판정을 적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판단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