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한 조건은 많은 야구팬들을 아쉽게 했다. 4년간 1200만달러. 5년째 미네소타가 옵션을 행사하면 그때야 650만달러를 받아 최대 1800만달러가 된다.
이는 현지 언론의 예상보다도 크게 떨어진 액수다.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한 강정호는 4년간 보장 금액이 1100만달러이고 옵션을 포함하면 5년간 1625만 달러다. 포스팅 비용은 박병호가 1285만달러로 500만달러의 강정호보다 두배 이상이었지만 계약은 거의 비슷한 것이다. 박병호가 해외진출을 하지 않고 2년 뒤 FA가 되면 더 많은 액수를 받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에이전트의 역량 부족이란 말도 있고,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더 무게를 두고 너무 쉽게 제시액을 받아들였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결국 스몰마켓 구단의 한계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는 구단이 포스팅에 참가해야 포스팅 비용도 상승하고 그에 따라 선수의 연봉 또한 높아진다. 류현진이 바로그 예다. LA 다저스 등 빅마켓 구단이 류현진을 잡으려고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다저스가 2573만7737달러33센트를 써내 독점 교섭권을 얻었다. 입단 협상 결과는 6년간 총액 3600만달러.
아쉽게도 강정호와 박병호의 포스팅엔 빅마켓 구단이 많이 참여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피츠버그, 미네소타 등 작은 구단이 한국 선수들을 데려갈 수 있었다.
선수가 해외진출을 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FA로 자유롭게 나가는 것이다. FA로서 많은 구단과 협상을 한다면 소속구단에 줄 돈이 없으니 선수에게 좀 더 많은 액수가 배정될 수 있다. 하지만 FA가 되려면 9년(대졸선수는 8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데뷔 초부터 주전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FA가 될 때는 서른을 훌쩍 넘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만큼 해외 진출이 힘들 수 있다. 포스팅은 7년이면 할 수 있다. FA보다 2년이 빠르다. 좀 더 좋은 시기에 해외로 갈 수 있다. 구단으로서도 포스팅으로 선수가 해외진출을 하면 포스팅 비용을 받아 구단 살림에 보탬이 되고 해외로 나갔던 선수가 돌아와도 원 소속구단으로 돌아오니 다른 팀에 뺏기지도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포스팅은 앞으로도 많이 사용될 메이저리그 진출의 방법이 될 듯하다.
그래서 박병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강정호가 박병호의 해외진출의 길을 열어줬듯 박병호도 후배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메이저리그에 갈 수있도록 해야한다. 박병호가 한국에서 보여준 파워를 메이저리그에서도 보여주면서 홈런타자로 자리매김을 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KBO리그를 보는 눈이 또 달라질 수 있다.
팬들은 KBO리그의 정상급 선수가 해외에도 좋은 대우를 받고 나가길 바란다. 이는 야구인들 모두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KBO리그 출신 메이저리거의 활약이 더욱 필요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