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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생활체육]이천대교-축구소녀들의 특별한 만남'축구하는 여자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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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4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주 3일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는 여학생의 비율은 24.6%(남학생 48.7%)에 불과하다. 여전히 10대 여학생 10명중 7명은 일주일에 한번도 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여학생들의 다이어트 시도율은 45.1%(남학생 23.1%)로 전체 학생의 절반에 달했다. 의사 처방 없이 살 빼는 약을 먹거나, 설사약이나 이뇨제 복용, 식사 후 구토하기 같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한 비율도 무려 18.8%에 달했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서도, 운동은 하지 않는 대한민국 여학생들의 현실은 역설적이다. 지난 5~6월 여학생 체육활성화 '런앤런(Run&Learn)' 캠페인, 9월 포럼을 개최한 스포츠조선이 국민생활체육회와 함께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한 2차 캠페인을 시작한다. '땀흘리는 여학생이 아름답다.' <편집자주>

"어렸을 때 생각이 많이 나네요."

이천 출신 '이천 대교' 에이스 권은솜이 신나게 드리블하는 '축구소녀'들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실업 WK리그 '명가' 박남열 감독이 이끄는 이천 대교 여자축구단이 시즌 직후 연고지인 이천종합운동장을 다시 찾았다. WK리그 챔피언결정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그곳에서 이천여자어린이축구클럽 '축구소녀' 17명과 만났다. '취미 삼아', '재미 삼아' 축구를 즐기는 여자 초등학생들이다.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 전국체전 우승, WK리그 준우승 및 최다우승에 빛나는 대교 에이스들이 '꿀맛' 휴가를 떠나기 앞서 지역이 여자어린이들을 찾았다. '원포인트 레슨' '미니게임'에 기꺼이 응했다.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전민경을 비롯, 박은선 서현숙 권은솜 이현영 등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축구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축구소녀들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이천대교 에이스, 축구소녀들과의 만남

이천 대교 선수들과 이천여자어린이FC 멤버들이 서로를 마주봤다. 선수들이 '축구소녀'들을 위해 준비해온 사인볼을 건넸다. "축구 열심히 해." 직접 머플러를 목에 둘러준 다음 동생들을 꼭 안아줬다. 기념사진을 찍으며 한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쳤다.

깜찍한 축구소녀들과의 특별한 만남에 선수들의 표정도 환해졌다.'국가대표 공격수' 박은선은 "아이들이 정말 귀엽다. 축구선수가 아닌 일반학생이라고 들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을 보니 기특하고 뿌듯하다"며 웃었다. '국대 수비수' 서현숙은 "축구를 하면 체력이 좋아진다. 건강하고 밝아진다. 공부도 더 잘할 수 있다. 우리와 함께하는 하루가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국민생활체육회장인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도 함께했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어우러짐, 여자선수와 축구소녀들과의 만남에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췄다. "왜 축구가 좋아?"라는 회장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그냥 좋아요. 재밌어요"라고 즉답했다. "맞아, 재밌는 게 제일 중요하지. 재미 없으면 안돼. 즐기는 사람이 최고지!" "여러분은 남녀 구분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될 텐데, 더 용감하고 씩씩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도, 운동도 모두 열심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견례 직후 그라운드에서 본격적인 축구 수업이 시작됐다. 주장이자 플레잉코치인 '베테랑' 전민경이 직접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대1 맞춤형' 수업, 조를 나눠 언니들과 함께 발을 맞췄다. 러닝, 스트레칭, 패스게임으로 몸풀기를 시작했다. 선수들이 몸을 풀 때 이용하는 사다리 모양 '스피드래더'를 위한 훈련법도 익혔다. 권은솜이 '시범 조교'로 나섰다. 두 팀으로 나뉘어 릴레이 대결, 미니게임도 펼쳤다. "끝까지!" "더 빨리!" "잘한다!" 언니들의 응원에 동생들이 힘을 냈다. 신명나게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환호했다.

▶여학생들에게 '축구'가 좋은 이유

국민생활체육회는 지난 2011년부터 서울, 경기 등 전국 48곳에서 총 1000명 가까운 여학생들이 참여하는 여자어린이축구교실을 운영중이다. 축구공, 유니폼, 트레이닝복을 지원하고, '1박2일' 축구캠프도 개최한다. 초등학교 방과후 활동시간을 이용해 주 2회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전용구장에서 축구의 기본기, 슈팅, 패스 및 전술을 익힌다.

축구를 즐길 줄 아는 이천 소녀들은 지난 8월 홍천에서 펼쳐진 국민생활체육회 산하 전국축구연합회 주관 여자어린이축구교실캠프에서 3승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장동진 이천여자어린이FC감독은 "축구를 시작한 지 6개월밖에 안되는 아이들이다. 건강 삼아, 취미 삼아 하는 아이들"이라고 소개했다. 장 감독은 "축구를 하면서 아이들의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성장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6개월 전보다 키가 7~8㎝씩 훌쩍 자랐다"고 덧붙였다. "오늘 이천대교 선수들과의 만남이 축구를 즐기는 데 더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의 만남은 뜻깊었다. '조교' 권은솜은 이천 출신 '동네 언니'다. "아이들을 보니 어렸을 때 생각이 많이 난다. 아이들이 곧잘 따라한다. 일반학생들인데 생각보다 잘해서 놀랐다"고 했다. 여자축구 선수로 살면서 좋은 점을 줄줄이 털어놨다. "축구는 팀스포츠다. 사회성, 협동심을 기를 수 있고, 끊임없이 전신을 움직이는 만큼, 두뇌 회전과 신체 발달에도 좋다. 꼭 선수가 되지 않아도 좋다. 공 하나만 있으면 친구들과 어디서든 신나게 놀 수 있다"고 했다. 여자축구 선수로서의 소명감도 빼놓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이 우리를 보며 '멋있다' '하고 싶다' 느낄 수 있게 더 열심히,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

이날 코치로서 훈련을 이끌며, 누구보다 열심히 뛴 '주장' 전민경 역시 "우리 어릴 때보다 더 잘하는 것같다"며 축구소녀들의 '순정'을 응원했다. "축구는 여자들에게도 최고의 스포츠"라고 말했다. "몸을 부딪치며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얌전한 아이들도 그라운드에서는 달라진다. 당당하고 씩씩해진다. 동료가 넘어지면 손을 잡고 일으켜주면서 동료애도 싹튼다"고 했다. "나도 평생 축구를 하다보니 자신감과 리더십이 절로 생기더라. 책상머리 공부도 중요하지만 저 나이 때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제일 중요하고, 그게 바로 진짜 공부"라고 강조했다.

이천어린이축구클럽 소녀들은 매주 화, 목요일 오후 4시부터 1시간30분씩 공을 찬다. 언니들에게 한수 배운 후 축구가 더 좋아졌다는 김수연양(이천 부발초4)은 "대교 언니들과 공을 찰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신기하고 좋았다. 나도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외쳤다. 6학년 김태윤양은 이천 신하초등학교 전교회장이다. 부모님을 설득해서 축구클럽에 가입했다. "축구선수도 되고 싶고, 정치인도 되고 싶다"는 꿈 많은 소녀다. 김양은 "운동을 하면 공부를 못한다는 편견을 깨주고 싶다"고 했다. "여러 운동을 해봤는데 축구가 제일 재미있다. 친구들과 함께 뛰는 '팀 스포츠'라서 좋다. 축구하면서 살도 빠졌다. 살 빼고 싶은 친구들에게 강추(강력추천)해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